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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할 거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일홍 지음 / 부크럼 / 2024년 7월
평점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에게 삶의 목적은 행복이 아니다. 행복은 그저 찰나의 만족일 뿐, 지속되지 않는 순간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대부분의 날들은 그 찰나와는 무관하게, 밋밋하고 반복되는 일상으로 채워져 있다.
그 속에서 가끔 찾아오는 만족은 한 줄기 바람처럼 금세 스쳐 지나가고, 다시 무심한 하루가 이어진다.
제목에서 결연한 의지가 느껴지는 『행복할 거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가 말하는 “매일의 행복”은 완전한 만족이나 지속적인 희열을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자신을 지켜 내며, 잠시 스쳐 지나가는 빛의 순간들을 포착하는 감각에 더 가깝다.
“언제나 무너질 수 있다. 후회할 수 있고 망설일 수 있다. (…) 정답처럼 떠도는 문장들을 모두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모두가 실수하고 고민하고, 실망하고 결단하며 다시 일어선다.”
이 책은 그런 불완전한 인간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불행과 좌절 속에서도 버틸 수 있는 문장으로 다정한 위로와 힘을 건넨다. 작가의 문장은 지나치게 낙관적이지 않다. 오히려 상처와 흔들림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런 자각이야말로 자신과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다시 나아갈 방향을 찾게 하는 기준이 된다.
삶도, 자신도 불완전하고 불안정할 수 있음을 부정하지 않고, 그 안에서 자신을 지켜 내는 법을 배우는 것.
작가는 행복이란 완벽한 상태가 아니라, 다시 일어서는 의지와 회복의 과정 속에 스며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행복은 고생 끝에 얻어내는 보상이 아니라, 그저 우리의 곁을 맴돌다가 문득 마주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내 곁에 다가올 때, 선물처럼, 기쁨처럼 받아들이고 또 하루를 이어가면 된다.
풀 내음이 묻어 있는 가을바람, 완벽하다 싶을 정도로 파란 하늘, 사랑하는 이와 주고받는 무해한 농담과 웃음들. 그 하루들이 쌓여 어느새 우리의 삶이 되어 있을 테니까.
호흡이 짧은 글들이라, 처음부터 차근히 읽기보다 마음이 머무는 페이지를 아무 곳이나 펼쳐 읽어도 좋다. 가을날 나무 벤치에 앉아 바람을 느끼며 가볍게 읽기에도, 고민과 생각으로 잠들지 못하는 밤에 천천히 책장을 넘겨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