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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도약 - 트라우마 후 성장을 위한 감정, 관계, 삶의 회복
이재희 지음 / 시공사 / 2025년 7월
평점 :
이 서평은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
하정우가 출연한 영화 《터널》에서 주인공 정수는 큰 계약을 성사시키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사고를 당한다. 그는 터널 안에 홀로 갇히고, 가진 것은 78% 남은 휴대폰 배터리와 생수 두 병, 딸의 생일 케이크뿐이다. 구조대는 터널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며, 정수는 극한의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인다. 결국 가까스로 구조되어 살아남는다. 그러나 마지막 장면에서 아내와 함께 다른 터널을 지나가는 장면에서 그는 몸을 움츠린 채 고통스럽게 그곳을 통과한다.
영화 속의 극적인 장면이 아니어도 평범한 일상 속에서 우리도 크고 작은 트라우마를 경험하게 된다. 트라우마는 단순한 상처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삶을 한순간에 바꾸어 놓는 폭풍이며, 이전의 '나'와 이후의 '나'를 분명하게 가르는 경계다. 『고통의 도약』은 이 경계에 선 사람들에게 손을 내미는 책이다. 고통을 부정하거나 덮는 대신, 그것을 마주하고 이해하며 다시 삶과 연결되는 길을 안내한다.
"트라우마 이후의 삶이란, 삶의 밀도를 다시 조정하는 경험이다"
이 책은 트라우마를 단순히 '극복해야 할 문제'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삶의 새로운 장을 열고, 과거의 조각들을 다시 이어 붙여 나를 재구성하는 여정으로 묘사된다. 특히 삶을 하나의 긴 이야기, 여러 개의 챕터로 바라보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트라우마는 인생의 흐름을 일시적으로 멈추게 할 만큼 강력하지만, 그것이 인생 전체를 정의하지는 않는다. 삶은 다양한 장면으로 이루어진 긴 이야기이며, 그 모든 장면이 모여 나라는 존재의 깊이를 만든다.
책의 구성도 체계적이다. 트라우마의 이해에서 시작하여 증상 인식, 성장의 다섯 가지 영역, 실천 방법, 그리고 삶의 재구성까지 단계적으로 안내한다. 특히 일상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들을 제시한 점이 실용적이다. 감정 인식과 돌봄, 건강한 경계 설정 등은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에게 즉시 도움이 될 내용들이다.
"한 번쯤 주저앉아도 괜찮다. 그 자리에서부터도 다시 살아갈 수 있다."
저자는 말한다. 완벽한 소설의 주인공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우리는 저마다 다른 얼굴로 세상에 태어나 각자의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어떤 장면은 즐거움과 기쁨, 따뜻함으로 채워지고, 또 어떤 시절은 고통과 상처로 얼룩진다. 그러나 이 모든 순간이 모여 하나의 서사가 되고, 그 불완전함 속에서 비로소 '나'와 '너'의 삶의 무게와 깊이가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