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부의 사랑법
테일러 젠킨스 리드 지음, 이경아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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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


“ 말리부는 화마를 부른다…활활 타오르는 것이 말리부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8월의 마지막 주 토요일, 서핑 모델 니나 리바의 저택에서 파티 준비가 한창이다. 말리부 해안가에 자리한 이 집은 매년 열리는 파티로 유명해졌고, 올해도 온갖 셀럽들이 모여들 예정이다. 파티를 앞두고 리바 집안의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교차하면서 이야기는 진행된다.


네 남매의 아버지 믹 리바는 전설적인 가수였지만 바람기와 무책임함으로 가족을 버렸다. 홀로 남은 어머니 준은 바닷가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아이들을 키웠지만 알코올에 의존하다 세상을 떠났다. 맏이 니나는 학교를 그만두고 동생들을 돌보며 레스토랑을 이어받았다.


세대를 거쳐 반복되는 상처의 고리

이 가족에게는 흥미로운 패턴이 있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상처가 세대를 거쳐 반복되는 것이다. 믹은 자신의 바람둥이 아버지를 증오했으나 결국 같은 길을 걸었다. 아버지로부터 받은 상처가 자기혐오로 이어졌고, "나는 타고나길 그냥 쓰레기야"라며 스스로 그 예언을 실현했다. 딸 니나 역시 테니스 선수 브랜든과 다른 삶을 살려 했지만, 그 또한 떠나버렸다. 어머니처럼 묵묵히 견뎌온 니나에게 브랜든은 또 다른 믹이었다.


"가족의 역사가 되풀이되는 건가." 니나는 생각했다. "어쩌면 우리 부모의 삶이 우리 안에 새겨져 있을지 모른다. 아니면… 아니면 우리는 태어난 순간부터 자유로운 몸일 수도 있다."


순응에서 선택으로

파티가 난장판이 되고 브랜든이 나타나 재회를 청하는 광경을 보며, 니나는 자신이 평생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만 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빠의 배신도, 엄마의 죽음도, 동생들을 돌보는 일도. 언제나 '받아들이는' 사람이었지, 한 번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요구해본 적이 없었다.


읽는 내내 니나의 모습이 답답했다. 왜 항상 자신을 희생하고 순응하기만 할까? 왜 한 번도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하지 않을까? 하지만 바로 그 답답함이 니나 자신도 느끼고 있는 감정이었다.


화마가 가져온 자유

니나는 마침내 부모가 물려준 짐을 내려놓고 포르투갈행을 선택한다. 드디어 자신만의 삶을 택한 것이다. 파티가 끝나고 말리부를 휩쓴 화재는 모든 것을 재로 만들지만, 재 속에서도 새싹은 돋아난다. 부모의 상처와 가족사의 저주를 모두 태워버린 자리에서, 이제 그들은 자신만의 삶을 새롭게 써내려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진정한 자유와 새로운 삶은 스스로 선택할 때 시작되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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