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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 무지개 - 제12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 수상작
김용재 지음 / 자음과모음 / 2025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릴 때나 어른이 되어서나, 무지개를 보면 어쩐지 설렌다.
그 신비한 빛의 띠가 단순한 굴절 현상이라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어린 준재는 비 오는 날, 엄마와 함께 놀이터에서 본 ‘과잉 무지개’를 기억한다. 엄마는 “행복이 너무 많을 때 보이는 거야”라고 말했다.
그러나 성인이 된 그는 하루를 여는 일조차 버거웠고, 세상 밖으로 나가는 것이 두려웠다.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화재로 어머니를 잃었으며, 믿었던 친구에게 부모님의 사망보험금을 맡겼다가 전부 잃었다.
남은 건 점점 불어나는 빚뿐이었다.
그런 그 앞에, 운명처럼 하나의 사이트가 나타났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단 하나의 제안을 했다. ‘백 일 동안 살아 있기.’
그 시간 동안 그들이 내준 일을 해내면, 약속한 날 조용히 죽음을 맞게 해주겠다고 했다.
“산다는 건 도대체 뭐길래, 한없이 놓고 싶다가도 어느 순간 있는 힘껏 붙잡고 싶게 만드는 걸까.”
나 역시 그런 마음이 스쳐간 적이 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정확히 말해 ‘잘 살고 싶었지만, 그게 되지 않아 힘들었던’ 순간들이었다.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다.”
사르트르의 이 말처럼, 삶은 결국 탄생과 죽음 사이, 끊임없는 선택들로 이루어진 여정이다.
그 말은 곧, 인생이 태어남과 함께 이미 죽음과 묶여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끝이 없을 것만 같던 고통과 상실도 결국은 끝이 있다.
삶 또한 그렇다. 오늘의 하루가 내일로 이어질 수 있을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하기에 죽음을 앞에 둔 삶은 매 분 매 초가 더 선명하고 귀하게 느껴진다. 소설 속 준재가 단체와 약속한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오히려 삶을 향한 열망이 되살아났던 것처럼.
생명체는 본성적으로 살아가려는 욕구를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살아 있으면서도 마치 죽은 듯한 절망에 잠기기도 한다. 그 절망의 한가운데에서도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붙잡을 것인지, 놓아버릴 것인지.
『과잉 무지개』는 삶과 죽음 사이, 한 존재가 일상의 소소한 장면 속에서 어떻게 스스로를 붙잡아 살아내는지를 잔잔히 비춰준다.
죽음을 준비하는 시간 안에서 오히려 삶의 숨결이 또렷해지는 역설.
그리고 끝을 각오한 순간에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 삶이란 얼마나 아슬아슬하고도 기적 같은가.
살아 있다는 것은.
무지개는 굴절된 빛이 만든 환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찰나의 빛이 우리를 설레게 하는 건, 순간의 아름다움 속에서 희망을 엿보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