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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느슨함 - 돈, 일, 관계에 얽매이지 않는 품위 있는 삶의 태도
와다 히데키 지음, 박여원 옮김 / 윌마 / 2025년 5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라떼는... 으로 시작하는 얘기를 해보자면, 내가
회사 다닐 시절에는 주5일 근무가 없었다. 주 6일 근무는 기본, 때로는 주 7일
풀로 일하고 야근까지 해내야 했다. 일과 삶의 균형이란 개념조차 희미하던 시절이었다. 능력을 증명하지 않으면 도태될 것 같은 긴장을 늘 장착하고 있었다.
그런데 몇 해 전부터 '워라밸'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직장에 인생을 몰빵 하지 않고, 퇴근 후의 시간과 주말의 여유를 지키려는 흐름이 서서히 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간 것이다.
반가운 변화이다. '회사에서 자아실현 하지 말라'는 말이 이제는 그저 냉소적인 충고로만 들리지 않는다. 일은 살아가기
위한 수단일 뿐, 인생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하루의
절반 이상을 일터에서 보내는 삶 속에서도, 남은 시간을 자기 자신과 사랑하는 이들에게 돌려주는 일이
더없이 소중하다. 인간은 밥만 먹고 살 수 없기에, 일 외의
시간에서야말로 진짜 삶이 피어난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입시 경쟁, 취업 전쟁, 결혼과 출산이라는 일련의 '과업'들 앞에서 늘 정답처럼 보이는 삶의 계단을 오르느라, 마음 챙길 틈조차 없이 지치고 망가지는 일이 흔하다. 단발의 생인데, 우리는 왜 그렇게 살아왔을까?
"살다 보면 모든 일에 100점
받는 일보다, 80점만 맞아도 될 일이 훨씬 더 많습니다."
이 책은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적당히 잘 살아가는 법, 다시 말해 '느슨한 인생의 미학'을
이야기한다.
완벽하게 자신을 통제하고 세상의 기준과 속도에 맞추기 위해 애쓰는 동안, 우리는
체력이 고갈되고 마음은 점점 메말라 간다. 와다 히데키 교수는 30년이
넘는 임상과 상담의 경험을 바탕으로, 진정으로 '잘 사는
어른'이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편안하게 들려준다.
그는 말한다. 마음속에 '나는 이렇게
살아야 해' '그렇게 하면 안 돼'라는 고정된 잣대를 가지고
여백 없이 살아가는 사람일수록, 우울감에 쉽게 잠식될 수 있다고. 지나친
성실함은 오히려 자신을 해치는 날카로운 칼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80점이면 충분합니다."
그의 이 조언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스스로를 돌보는 태도에 대한 제안이다. 완벽함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약간의 부족함을 허락하는 순간, 삶은 오히려 더 편하고 단단해진다.
물론 이러한 문제의 뿌리는 사회 구조에 있다. 변화는 시스템과 공동체의 인식
변화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변화를 기다리는 동안, 우리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그것은 바로 나 자신을 돌보고, 지키고, 아껴주는 일이다. 느슨하지만 단단하게, 무리하지 않으면서도 무너지지 않도록 말이다.
조금 못해도 다소 못나도 있는 그대로 괜찮다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자. 그리고
오늘부터 좀 더 느슨하게, 여유를 부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