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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유전자를 춤추게 한다 - 호모 사피엔스의 눈부신 번영을 이끈 유전자·문화 공진화의 비밀
장수철 지음 / 바틀비 / 2025년 5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요즘 해 질 녘이면 논에서 개구리들의 떼창이 울려 퍼진다. 뻐꾸기와 소쩍새까지 합류해 거의 오케스트라 수준이다. 지난주부터 우리 동네 논에는 본격적으로 모내기가 시작됐다. 트랙터가 요란하게 논을 갈고, 물이 찬 논 위로 농부들이 뭔가를 하신다.(농사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뭘 하고 계시는건지 늘 궁금하다.) 도시에서만 살아온 내겐 낯설고도 신기한 풍경이다.
반듯한 도로와 아파트 숲에 익숙했던 나는, 시골로 이사 온 뒤에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우리가 여전히 ‘농경사회’라는 토대 위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하여 흙냄새 가득한 일상을 배경으로 『문화는 유전자를 춤추게 한다』를 읽었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유전자가 춤을 춘다니, 대체 무슨 이야기일까?
저자는 한류 열풍을 바라보며 이렇게 묻는다.
"우리 민족에게 가무에 뛰어난 남다른 문화적 DNA라도 있는 건가?"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결론은 다르다. 가무에 대한 열정은 특정 민족만의 DNA가 아니라, 인류 전체가 진화 과정에서 획득한 ‘사회적 본능’이라는 것이다. 요컨대, 춤추고 노래하던 조상들이 더 잘 살아남았다는 얘기다.
춤과 노래는 생존 전략이었다. 공동체의 유대를 다지고 협동심을 끌어올리는 데 효과적이었으니까. 특히 농경사회는 이 본능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정착 생활과 공동체 중심의 문화, 의례와 축제는 가무를 집단 퍼포먼스로 발전시켰고, 오늘날의 K-팝 역시 그 연장선에서 해석 될 수 있다.
저자는 특히 ‘가무의 진화적 기능’에 주목한다. 춤은 단순한 흥이 아니라 집단 지성과 협력의 기술이었다. K팝의 ‘칼군무’가 세계인을 사로잡는 건 우연이 아니다. 이는 인간의 모방 본능을 자극하고, 원초적인 유대감을 만들어낸다. 말하자면, 우리의 뇌는 여전히 ‘함께 맞춰 춤추는 것’에 열광한다.
『문화는 유전자를 춤추게 한다』는 우리 안에 흐르는 진화의 흔적을 현대적 맥락에서 재해석한다. 저자는 자연과 문화가 서로 밀접하게 상호작용하며 공진화해 왔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책은 ‘문화가 유전자를 어떻게 춤추게 만드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문화와 유전자가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진화해 왔는지를 살펴본다. 매운맛을 사랑하게 된 이유(2장), 뒷담화가 왜 필요한가(3장), 성적 선택의 전략(4장), 가족관계(5장), 소통능력(6장) 농업혁명 이후 바뀐 유전자(7장), 질병(8장) 유당을 소화할 수 있는 사람들의 문화적 비밀(9장) 문화의 다양성(10장) 등 문화와 유전자의 상호작용에 대한 다양한 탐구를 보여준다.
자연이 우리를 진화시켜 왔다고 믿어왔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문화는 유전자를 춤추게 한다』는 이 질문에 대한 탐색이다.
유전자와 문화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진화해 온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인간이라는 존재는 더 이상 자연의 산물만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진화는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지금도 문화라는 힘을 통해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