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란국 대신 만둣국 - 소중한 맛에 대한 산문집
이범준 지음 / 책책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우리의 기억은 감각적 경험에 의해 소환되곤 한다. 프루스트의 ‘마들렌 효과’에서 보듯, 음식은 그 모양과 맛, 향을 통해 우리의 감각을 자극하고, 그 자극은 시간을 뚫고 잊혀진 과거를 현재로 불러낸다.


처음 제목을 보았을 때, ‘왜 토란국 대신 만둣국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추석이면 친정 엄마가 정성껏 끓여주시던 토란국, 그리고 결혼 후 시어머니가 직접 빚어 내신 만둣국. 그 두 음식의 교체는, 작가가 겪어온 삶의 변화와 관계의 전환을 상징하는 듯했다. 시간이 흐르고 새로운 관계를 맺을 때마다, 그 관계만큼 새로운 음식도 삶 속으로 들어온다.


나에게 있어서도 토란국과 만둣국은 모두 좋아하는 음식이다. 그래서 책의 앞부분을 읽다가 문득 울컥했다. 그 두 음식 모두 친정 엄마가 만들어주셨기 때문이다. 따뜻한 국물과 입 안에서 느껴지던 포근한 질감이 떠오르며, 마음 한구석이 저려왔다. 몇 년 전부터 엄마와 거리를 두고 지내온 탓에, 그 음식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속에서 복잡한 감정들이 교차했다. 따뜻함과 그리움, 그리고 슬픔이 함께 밀려왔다. 매듭지어진 관계를 토란국과 만둣국이 잠시 흐트려 놓은 것이다.


이렇게 음식은 단순한 영양 공급원이 아니다. 그것은 시간과 기억, 그리고 관계를 연결하는 매개체이다. 책은 세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어머니들의 음식’에서는 할머니, 어머니, 시어머니가 정성으로 차려낸 밥상과 그 안에 담긴 사랑을, ‘나의 음식’에서는 저자 자신의 삶에 깊은 인상을 남긴 음식들을, ‘사랑하는 이들의 음식’에서는 가족과 친구들과 나눈 식사의 의미를 담담하게 그려낸다.


저자는 소박하지만 특별한 음식들을 통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그 음식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읽는 이로 하여금 자신만의 ‘음식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생각해보면 음식은 기쁜 날에도, 목이 메이던 슬픈 순간에도, 가슴 뛰던 추억 속에도 늘 곁에 있었고, 그렇게 내 삶의 모든 여정을 함께 해왔다. 혼자 먹는 밥은 유독 더 싱겁게 느껴진다. 오늘 가족들과 함께 두부와 김치를 송송 썰어 김치찌개를 보글보글 끓여 먹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