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내비게이터 -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지식 탐구자를 위한 석학들의 과학 대화
도쿄대학교 교수진 지음, 다키구치 유리나 엮음 / 모노하우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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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등산을 한 지 오래됐다. 이사 오기 전에는 날 좋은 날이면 아차산에 오르곤 했다. 정상에서 내려다본 도시와 한강은 묘한 안도감을 선사했다. 주변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그 안에서 내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정상에서 마신 막걸리 한 잔의 맛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요즘은 일상에 매몰되어 멀리 보는 시야를 잃었가는 것 같다. 산 정상에서 전체를 바라보듯, 혼란한 세상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관점이 필요한 시대다.


책의 앞부분에 'VUCA 시대'라는 표현이 나온다. '불확실성이 높고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을 뜻한다고 한다. 실제로 AI의 급속한 발전, 기후변화, 지정학적 긴장, 팬데믹,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등 어떤 이슈도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물음을 마주하게 한다. 『과학 내비게이터』는 이런 시대적 배경 속에서 도쿄대학교의 이공계 석학 10명이 모여 AI, 에너지, 교육, 국가, 생명, 우주, 비즈니스, IT, 환경, 가상공간이라는 10가지 키워드를 통해 미래에 대한 예측과 담화를 담아냈다.


그 중 정보통신 분야와 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공중에서 에너지를 끌어다 쓰고, 걷는 동안 스마트폰이 충전되며, 개인마다 맞춤형 반도체를 갖는 세상. 이런 기술의 미래는 상상만으로도 신기했다.


일본의 교육 시스템에 대한 비판에도 공감이 갔다. 교육을 크게 나눈다면 사령관을 기르는 '커맨더 교육'과 병사를 기르는 '솔저 교육'으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전자는 문제를 고찰하고 방향성을 제시하며 팀을 이끄는 역할을 배우는 것이고, 후자는 명령을 완벽히 수행하는 역할을 배우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유럽의 교육도 이러한 형태로 이루어졌는데, 노예가 솔저 교육을 받았다고 하니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받은 교육, 그리고 내 아이가 받고 있는 교육은 여전히 단순한 암기와 문제풀이에 치우쳐 있다. 이런 현실을 떠올리면, 우리는 결국 사회라는 거대한 기계 속 부품 하나로 기능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자각이 든다. 그러나 이제 솔저 교육의 대상자가 로봇 이나 AI로 대체되는 세상이라고 하니, 우리의 교육 시스템도 변화할 때가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대담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일상적 언어와 유머도 섞여 있어서 초밥집에서 나누는 대화나 잡담을 엿듣는 듯한 친근한 느낌을 준다. 무엇보다 그들이 가진 상상력이 반복되는 나의 일상에 신선한 자극이 되었다.


과학자들의 대화를 통해 미래의 흐름을 어렴풋이나마 그릴 수 있었고 그들이 준비하고 연구하는 기술에 대해 엿볼 수 있었다. 평소 책 편식이 심하지만, 이제는 과학 분야의 책도 읽으며 내 시야를 넓혀 다가올 미래를 준비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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