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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재앙을 마주한다 - 탐험가의 눈으로 본 기후위기의 7가지 장면
제임스 후퍼.강민아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4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기후 위기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왜일까?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내일도 오늘과 같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때문일테다. 당장 눈앞의 일들이 늘 우선이기에, 기후 변화는 뉴스나 다큐멘터리 속, 어딘가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기후 위기처럼 거대한 담론은 개인이 해결하기에는 너무 막막하게 느껴진다. 시작조차 하기 전에 회의감과 무력감이 앞선다. 이런 일은 정부, 대기업, 국제기구 같은 거대한 권력이 나서야 하는 일이지, 평범한 시민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는 생각 때문이라 변명해 본다. 그러나 정부나 대기업 등이 움직이게 하려면 개인들의 관심과 지속적인 견제가 필요하다.
“사랑의 기본 전제는 그 대상에 대한 이해다. 그래서 우리는 당신이 지구를 조금이라도 더 이해한다면 지구를 더 많이 아끼고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저자는 문제 해결보다는 ‘문제 자체’에 초점을 둔다. 북극 탐험 중 녹아 내린 얼음 위에서 겪은 위기, 열대 우림이 무너져 내리는 현장을 직접 목격한 경험. 북극에서 남극까지의 무동력 탐험. 그 생생한 기록은 기후 위기를 단순한 통계가 아닌, ‘감각할 수 있는 실체’로 다가오게 만든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각 현상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된 ‘악순환의 고리’라는 사실이다. 빙하가 녹으면 해수면이 상승하고, 폭염은 산불을 키운다. 산불은 다시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온을 높인다. 저자는 이 연쇄 반응을 ‘고요한 재난’이라 표현한다.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진행되고 있는 재앙. 그 고요함 속의 위험을 경고한다.
최근의 일들이 그 경고를 증명하는 듯하다. 1월의 캘리포니아 산불, 3월 의성과 산청의 이례적인 산불까지. 과학자들의 경고가 더 이상 이론이 아님을 체감하게 된다. 기후 위기는 이미 우리에게 현재진행형의 현실이다.
지구의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54도 상승했다. 우리가 넘지 않으려 했던 ‘기후 마지노선’ 1.5도를 이미 초과한 것이다. 이는 지구의 회복 탄력성을 위협하는 신호다. 어느 순간을 넘어서면 생태계는 걷잡을 수 없는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까?
다시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자 막막함이 밀려온다. 중학교 환경 캠페인처럼 끝내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문제를 외면할 수도 쉽게 다짐을 내뱉을 수도 없다.
다만 맑은 하늘 아래 벚꽃이 흐드러진 산책길을 걸으며 생각해 본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지구의 신호에 귀를 기울이고, 작은 응답이라도 하는 것. 그것이 최소한 우리가 해야 할 도리가 아닐까.” 라는 저자의 문장을 떠올려 본다.
이 책의 목적이 독자로 하여금 문제를 외면하지 않도록,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것이라면, 적어도 그 목적은 분명 달성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