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지적 호기심이 아닌 노동으로 앎을 대했기에, 한때 줄줄 외웠던 암기 과목들은 이제 기억 속에 희미한 흔적만 남았다. 세계사도 그 중 하나다. 이 책은 10대 청소년이 주요 타겟층이다. 딱딱하게 나열된 교과서로 세계사를 접하기 전에 읽어본다면 역사의 큰 틀을 잡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그중 특히 눈길을 끈 부분은 고대 아즈테카 문명과 오스만 제국에 관한 내용이었다. 멕시코 고원지대에서 번성했던 아즈테카 문명의 화려함과 잔혹함은 문화의 양면성이 공존했던 특이한 사회상을 보여주었다.
태양신에게 포로를 제물로 바친 뒤 식인행위를 했다는 부분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인류 역사에서 식인 행위는 다양한 이유로 존재했는데, 아즈테카 문명에서는 신이 취한 제물을 함께 나눔으로써 신과의 합일을 추구하는 신성한 종교적 의미가 있었다고 한다.
또한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세 대륙에 걸친 광대한 영토를 지배했던 오스만 제국의 역사는 다양한 민족과 종교가 공존했던 제국의 통치 방식과 그 영향력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부끄럽지만 오스만이 지금의 터키지역이었다는 사실을 얼마전에 알았다.)
특히 1453년 메흐메트 2세의 콘스탄티노플 정복은 비잔틴 제국의 종말을 가져왔고, 이는 중세에서 근대로의 전환점으로 여겨진다. 이 사건으로 많은 그리스 학자들이 이탈리아로 피신하며 고대 문헌과 지식을 전파했고, 이것이 르네상스 발전에 기여했다. 또한 오스만이 기존 교역로를 장악하면서 유럽 국가들이 새로운 항로를 모색하게 되었고, 이는 곧 대항해 시대와 신대륙 발견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개별 문명이나 제국의 역사를 넘어 세계사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사건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설명해주니, 교과서보다 훨씬 쉽게 큰 흐름을 잡을 수 있었다.
과거에는 점수를 따기 위한 과목에 불과했던 세계사가, 다시 읽어보니 인류가 걸어온 여정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다가온다는 점이 신기했다. 세계사에 첫 발을 내딛는 청소년은 물론, 잊고 지낸 역사 지식을 되짚고 싶은 성인 독자에게도 일독을 권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