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의 심리학 - 예술 작품을 볼 때 머릿속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오성주 지음 / 북하우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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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나의 음악 플레이리스트는 가요, 재즈, 팝송 그리고 클래식까지 다양하다. 사실 클래식 음악에 매료된 것은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예전에는 최신 유행곡이 아닌 클래식을 올드하고 진부한 음악이라고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누군가 공유해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듣기 전까지는 말이다.(그 분께 감사하다.) 그것도 여러 번 듣고 나서야 비로소 알 수 없는 감동의 눈물을 흘릴 수 있었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 바로 그것이었다.


음악은 듣다 보면 별다른 사전지식이 없어도 영혼의 울림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그림은 좀 다른 영역에 속하는 것 같다. 미술관에 서서 추상화나 현대 미술 작품을 바라볼 때면 무엇을 느껴야 할지,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막막함이 밀려오곤 했다. 작품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옆에 적힌 설명을 읽어도 여전히 작가의 의도를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워서 아쉬울 때가 많았다. 마치 모두가 알아듣는 언어를 나만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도 그림이 주는 시각적 매력이 있기에, 가끔은 미술관을 찾고 책장에 미술 해석을 도와주는 책들이 몇 권 꽂혀 있다. 『감상의 심리학』에 눈길이 간 것도 미술에 대한 관심과 이해하고픈 열망 때문이었다. 이 책은 작품해설이나 작가의 스토리가 아닌 '감상자'인 나에게 초점을 맞춘 접근법으로 시작한다. 그림을 볼 때 내 심리에서 일어나는 과정을 설명해 주니 고개를 끄덕이며 몰입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도판들이 많이 실려 있어서 읽고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미술관에서 그림을 감상하는 전략에 관한 내용이었다.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그림을 10초 이내로 보고 계속 볼지 말지를 결정한다고 한다. 나 역시 그랬다. 그러나 작품 속에서 답을 찾듯 감상하려 했기에 오히려 부담감으로 제대로 집중하지 못할 때가 종종 있었다. 저자는 빠르게 전체를 둘러본 후, 마음을 사로잡은 작품들만 다시 찾아가 집중적으로 보라고 조언한다. 이런 실용적인 팁들이 미술관 피로도를 줄이면서도 감상의 질을 높이는 데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가 여행을 가는 이유는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곳에서 쉼을 얻고자 함이다. 마찬가지로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미술관을 찾는 것은 일종의 여행이다. 다양한 작품들 속에서 작가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잠시나마 일상의 부침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 한 점은 때로 우리를 다른 시공간으로 데려간다. 또한 익숙한 현실을 낯설게 바라보게 하여 신선한 자극을 주거나 아름다움에 매료되는 황홀감을 느끼게 한다.


클래식이나 미술감상은 예전에는 귀족들과 특권층만 누리던 문화였지만, 지금은 더 대중화되어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여건을 떠나서, 아름다움을 마주하고 누릴 권리는 모두의 것이다. 작품에 감흥하고 해석하는 일에 정답은 없다. 그러나 미술관에서 무엇을 어떻게 봐야 할지 막막했던 이들에게 『감상의 심리학』은 미술과 친해질 수 있는 새로운 관점과 도구를 제공하는 안내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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