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유대인의 지혜수업 - 복잡한 세상을 명료하게 보는 힘
심정섭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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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스피노자는 '에티카'에서 선과 악은 절대적이지 않고 상대적이며, 단지 인간의 주관적 판단으로 인한 좋고 나쁨의 감정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의 텍스트를 읽기 전까지 선과 악, 옳고 그름의 가치 판단은 칼로 잰 듯 정확하고 명확한 것이라 생각했기에, 스피노자의 관점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세상은 1+1=2처럼 단순하지 않다. 수많은 변수들이 출몰하고 때때로 그것들을 잘 조합하고 풀어가야 하는 것이다. 수없이 닥쳐오는 삶의 크고 작은 문제들을 풀어가려면 문제해결 능력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교육 환경은 이러한 복잡성을 다루기보다 단순 암기와 정답 찾기에 치중해왔다.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오랫동안 주입식 학습과 경쟁을 통해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구조에 의존해왔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우리는 자연스럽게 세상을 '맞다/틀리다', '좋다/나쁘다'의 프레임으로 바라보는 이분법적 사고에 익숙해져 있다.


얼마 전 한국 교육과 엘리트들, 그리고 파시즘에 관한 토론을 접했다. 우리의 교육시스템이 한국사회 전반에 경직된 사고를 고착시키고 권위주의에 물들게 하여, 결국에는 공동체를 병들게 만드는 파시즘으로 이어진다는 요지였다.


심정섭의 《1% 유대인의 지혜수업》은 이러한 고착된 사고의 틀을 깨는 대안을 제시한다. 유대인들의 지혜가 담긴 탈무드는 하나의 정답보다 다양한 관점과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책에서 강조하는 것처럼, 유대인들은 신 이외의 모든 것이 상대적이고 가변적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문제에도 하나의 답만 있다고 보지 않으며, 인간 세계에서 절대 악과 절대 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다.


특히 책에서 소개하는 2×2 매트릭스 사고법은 우리가 놓치기 쉬운 선택지들을 보여주며, 문제를 좀 더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이는 마치 양자역학에서 입자가 여러 상태로 존재할 수 있다는 중첩 원리와도 닮아 있다. 우리의 생각 역시 하나의 상태로 고정되지 않고 여러 가능성을 동시에 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브루타라 불리는 탈무드식 토론법 또한 인상적이다. 한국 교육에서는 "2+3=□?"와 같이 하나의 정답만을 찾게 하는 닫힌 질문이 주를 이루지만, 하브루타에서는 "'□+□=5'에서 □에 들어갈 수 있는 수들은 무엇일까?"와 같은 열린 질문을 던진다. 이런 질문은 '2, 3'이나 '1, 4'와 같은 양수뿐 아니라 '-1, 6'과 같은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하게 만든다. 


이처럼 열린 질문은 문제를 해결하는 다양한 방법들의 가능성을 찾게 해준다. 이런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세상을 보는 시야가 열려 있고 폭이 넓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래서 전세계 인구의 2%밖에 안되는 유대인들이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고 글로벌 비즈니스와 학문, 예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많은 갈등과 분열은 '나만 옳고 너는 틀리다'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비롯된다. 정치, 종교, 젠더, 세대 간의 갈등에서 우리는 자주 이러한 사고방식을 목격한다. 이분법적 사고는 쉽게 혐오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탈무드의 지혜는 문제 해결의 다양한 접근법을 제시하며, 때로는 모두가 옳을 수도, 모두가 틀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다.


무의식의 층위까지 뿌리 깊게 자리잡은 이분법적 사고 방식을 단시간에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의식적으로 사유의 형태를 바꿔나가는 훈련을 통해 변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럴 때 이 책이 제시하는 탈무드의 지혜와 생각훈련법은 우리에게 좋은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유연한 사고 방식을 통해 분열된 우리 공동체를 아우르고 타인를 포용할 수 있는 혜안을 배워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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