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행복일지도
왕고래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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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나는 '행복'의 본질을 오해하고 있었다. 마치 물건을 소유하듯 행복도 손에 쥐어야 하고, 그것을 타인에게 과시해 이차적 만족을 얻어야만 진정한 행복인 것처럼 여겼다. 이러한 행복에 대한 왜곡된 인식은 어쩌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숙명이라 탓해 본다. SNS에 전시되는 행복한 순간들의 인증샷, 끊임없이 더 나은 삶을 살아야 한다고 부추기는 미디어의 메시지들. 더 나은 행복을 위해 노력하라는 자기계발서들.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행복을 하나의 성과이자 경쟁의 대상으로 여기게 되었다.

남들이 인증한 맛집을 찾아가고, 휴가철이면 마땅히 해외여행을 다녀와야 하고, 더 넓고 비싼 아파트로 옮겨가야 한다는 강박. 우리의 일상은 어느새 'must'로 가득 찬 체크리스트가 되어버렸다. 행복조차 소유와 전시의 대상이 되어버린 시대, 우리는 그 속에서 끊임없이 경쟁하며 살아간다.

이 책은 그런 우리에게 묻는다. 정말 우리는 매 순간 행복해야만 하는 걸까?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진정한 행복이란 불필요한 욕망을 절제하고 자연스러운 욕구만을 충족시키는 데에서 온다고 했다. 끊임없이 더 많은 것을 갈망하고 과시하려는 욕망이 오히려 우리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2500년이 지난 지금, 저자는 이와 비슷한 통찰을 제시한다. 행복을 상수로, 불행을 변수로 지정해버리면 평범한 우리의 삶에 닥쳐오는 크고 작은 사건들과 문제들로 인해 우리는 마치 패배자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행복과 '해피(Happy)'를 구분하는 대목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행복이란 어쩌면 서구의 'Happy'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인 것일 수 있다. 에피쿠로스가 말한 것처럼, 진정한 행복은 외적인 조건이나 타인의 시선에 있지 않다. 행복이란 문화와 시대, 개인에 따라 다르게 정의되는 것임에도, 우리는 너무 획일화된 기준을 따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국인의 행복 기준이 유독 높은 것도, 압축 성장 과정에서 형성된 이상적 목표치가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라는 지적에 깊이 공감했다.


저자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의외로 단순하다. '아주 보통의 하루'를 살아가는 것. 불행보다는 조금 멀고, 과도한 행복과도 거리를 두는 균형 잡힌 삶이야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마치 단짠단짠의 맛처럼, 삶도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주관적 안녕감' '자아실현적 안녕감'의 조화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저자는 이 '보통의 하루'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자신의 본질을 이해하고 주어진 상황을 직시하는 것부터 시작해, 정신과 몸의 균형을 돌보는 것, 그리고 홀로 있을 때의 시간을 온전히 누리는 법까지. 이는 결국 주어진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저자의 따스한 언어와 시선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몇 년 전 시골 집으로 이사한 후 삶을 바라보는 시선에 여유가 생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서울 근교의 마을이라 해도 자연과 함께하는 시간, 고독을 즐기는 시간이 늘어났다. 하늘과 나무와 땅과 함께 하는 시간. 그렇게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나는 저자가 말한 '보통의 하루'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이 작고 아담한 책을 덮으며 저자의 마지막 말들을 되새긴다. 행복이란 영화속 스펙타클한 번쩍거리는 완벽한 순간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 속 수많은 오늘들의 합일지 모른다고. 그리고 무탈하고 안온했던 오늘을 알아차리고, 그 안에서 조용히 빛나는 순간들을 발견하는 것. 행복이라는 이름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아야만 비로소 보이는 일상의 작은 기쁨들. 그것이 바로 진정한 행복으로 가는 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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