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종말주의자 고희망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97
김지숙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종말을 소재로 소설을 쓰는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소녀의 이름은 고희망입니다. 고희망이 쓰는 소설 속에서 인류는 언제나 종말을 맞이하고 주인공도 예외가 아닙니다. 위기를 극복하고 끝까지 살아 남아 희망을 전하는 대개의 작품과는 달리 고희망의 소설은 언제나 배드 엔딩이지요.


하지만 이런 고희망에게도 희망이 있었습니다. 종말 소설을 쓰면서도 한 편으로는 희망을 간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삶 속에서 우리는 고통을 겪기 마련이지만 감성이 예민한 청소년기에는 유독 그 고통이 크게 느껴지지요. 고희망 역시 주변의 환경과 과거의 사건으로 인해 고통받는 여린 청소년 중 한 명입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는 않지만 소설을 통해 불행과 절망을 그리며 상처받은 내면을 드러내고 있지요.


이런 고희망에게도 지수와 도하, 그리고 가족 중에서 자신의 편이 되어주는 삼촌이라는 존재가 있었습니다. 이들은 고희망이 절망적인 삶을 버틸 수 있는 이유였지요. 가끔은 친구와 갈등을 빚기도 하고 어려운 상황에 놓이기도 하지만 주변 인물들의 도움으로 버텨내고 고희망은 점점 삶의 이유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이 무렵, 배드 엔딩 뿐이었던 고희망의 소설에도 변화가 나타나게 되지요.


여태껏 고희망은 자신의 소설에서 항상 주인공이 죽는 결말을 써왔습니다. 어쩌면 고희망은 희망을 찾기 위해 비관적인 상황을 가정하고 주인공을 비극으로 몰아붙여온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하는 사람들의 속내가 사실은 죽고 싶어서가 아니라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인 것처럼, 고희망은 행복한 삶을 누구보다 열망해왔을 것입니다.



고전 영화 라쇼몽에는 한 나무꾼이 버려진 아이를 거두어 가는 유명한 장면이 있지요. 자신의 이익을 위해 거짓말을 하는 추악한 인간의 본성을 묘사하면서도, 영화는 나무꾼의 행동을 통해 인간에게도 선한 본성이 있다는 희망의 여지를 남겨 둔 것이지요.


불빛은 어두운 곳에서 더 밝게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비관적이고 암울한 상황 속에서 나타난 한 줄기 희망은 더욱 삶을 사랑하고 용기를 내도록 만들어 주지요. 아마 고희망의 종말 소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종말주의자였던 소녀가 삶을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종말주의자 고희망'.


책 소개를 읽으면서 종말과 희망이라는 서로 상반되는 두 단어가 공통으로 나타내는 주제가 무엇일지 궁금했었는데 역시 핵심 키워드는 희망이었습니다.


고희망이 쓴 종말 소설에서 옥상에 식물을 기르는 장면이 떠오르네요.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격언도 생각나고요. 인생은 유한하므로 과거에 함몰되지 않고 매 순간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 한다는 주제 의식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주인공과 비슷한 나이대의 청소년들이 읽으면 많은 위로가 될 것 같은 작품이었어요. 특히, 아픈 과거와 현실로 인해 고통받는 청소년에게요. 저도 어렸을 땐 청소년 문학을 읽고 위안을 받아서 지금도 성장 소설을 무척 좋아하는데요. 많은 청소년들이 이 작품을 읽고 희망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진솔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솝 우화 전집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32
이솝 지음, 아서 래컴 그림,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리뷰임



누구나 어떤 경로로든 이솝 우화를 접해봤을 것이다. 책으로 봤거나, 만화로 봤거나, 이야기로 들었거나.


출처가 불분명한 우화를 알고 있다면 그건 이솝 우화일지도 모른다. 이 책에 실려 있는 원작 우화만 해도 무려 358편이나 되니까.


책을 처음 보았을 때, 제법 두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2016년 11월 16일에 민음사의 <이솝 우화>를 읽어보았다. 그 책은 246쪽 밖에 되지 않아서 딱 그 정도 분량일 거라 생각했는데 이번에 읽은 현대지성의 <이솝 우화 전집>은 435쪽이다. 최대한 많은 이야기를 싣기 위해 노력한 것 같은데, 읽어보니 처음 보는 이야기도 많아 좋았다. 아무래도 독자 입장에선 읽을 거리가 풍부할수록 좋다.


풍부한 이야기와 더불어 눈에 띄는 것은 일러스트다. 20세기에 활약한 아서 래컴 외에도 다양한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품이 실려 있다. 책 내용과는 별개로 일러스트를 보는 것만으로도 또 다른 재미가 있다. 오늘날 일러스트와는 확실히 스타일이 다르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일러스트도 있다. 예를 들면, 톰 소여의 모험이나 허클베리핀의 모험에서 보았던 펜화 느낌의 작품이라든지. 아마 그 그림을 그린 일러스트레이터는 당대에 굉장히 유명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우화의 내용은 단순하다. 이 책에 실려 있는 건 길어봤자 2쪽이고 대부분 1쪽이다. 그마저도 꽉 채우지 못 해 여백이 많다. 그런데 이렇게 짧은 이야기에서도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각 이야기마다 교훈이 적혀 있는데, 역자가 쓴 게 아니라 이솝 우화를 읽은 후대 사람들이 쓴 것이라고 한다. 지금 시대와 맞지 않는 교훈도 더러 있지만 이를 통해서 당시 사람들의 가치관을 짐작할 수 있다.



이솝, <이솝 우화 전집>, 현대지성, 2020, 77쪽


51

허풍쟁이


유명한 로도스 이야기도 실려 있다. 멀리 뛰기 선수가 자신의 고향 로도스에서는 아주 먼 거리를 뛰었다며 허풍을 떨자, 어떤 사람이 그에게 이곳이 로도스라고 생각하고 한 번 뛰어 보라고 했다는 이야기. 교훈에는 '행동으로 증명할 수 있다면 온갖 말을 늘어놓을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라고 되어 있는데 허풍을 경계하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솝, <이솝 우화 전집>, 현대지성, 2020, 83쪽


57

사람들과 제우스


이 이야기는 교훈보다는 제우스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다.


"너는 선물을, 게다가 가장 큰 선물을 받았는데도 그것을 알지 못하는구나. 너는 이미 말이라는 선물을 받았다. 말은 신들에게도 힘을 행사할 수 있고 사람들에게도 힘을 행사할 수 있으며, 다른 힘 잇는 것보다 더 힘 있고, 다른 빠른 것보다도 더 빠르지."


분명 인간은 동물 중에서도 나약한 존재다. 하지만 말을 할 수 있고 소통할 수 있기에 서로 힘을 합해 태생적인 나약함을 극복할 수 있는 거라고 믿는다. 인간의 언어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이솝, <이솝 우화 전집>, 현대지성, 2020, 105쪽


73

북풍과 해


'햇볕 정책'으로도 유명한 그 이야기다. 나그네의 옷을 벗긴 건 매서운 북풍이 아니라 따뜻한 해였다는 이야기. 이 이야기를 통해 때론 유화적인 대응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교훈은 각종 인간관계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솝 우화를 읽다보면 의문점이 하나 생긴다. 왜 굳이 동물과 해 같은 자연물이나 북풍 같은 자연 현상을 의인화해 이야기를 만든 걸까? 물론 '허풍쟁이'처럼 사람이 등장하는 이야기도 많지만 대부분은 사람 대신 동물이 등장한다.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은 의인화된 대상이 지니고 있는 특징을 생각하면 알 수 있다.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이솝 우화에 자주 나오는 동물은 성격이 고정되어 있다. 뱀은 사악한 동물로, 여우는 꾀가 많은 동물로, 사자는 용감한 동물로 묘사된다. 아무래도 당시 사람들이 각각의 동물에 느꼈던 것들이 그대로 반영된 듯하다. 반면 사람은 성격이 다양하다. 지혜로운 사람도 있고, 멍청한 사람도 있고, 선한 사람도 있고, 악한 사람도 있다. 우화에서 사람이 등장하면 그 사람이 어떤 성격인지 바로 알 수가 없다. 그런데 동물은 대부분 성격이 고정되어 있으니 내용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주인공을 사람으로 설정했을 때보다 성격을 더욱 부각할 수 있기 때문에 더 효과적으로 교훈을 전달할 수도 있다.


영국의 작가 조지 오웰은 <동물농장>에서 동물을 의인화하여 전체주의를 풍자하기도 했다. 요즘에도 각국의 리더와 정치인들이 동물로 풍자되는 경우가 많은 걸 생각하면 왜 이솝 우화에 동물이 많이 등장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비유적인 표현을 사용해 더 효과적으로 비판할 수 있고, 풍자의 대상이 된 인물로부터 받게 될 공격을 줄일 수 있다는 게 풍자의 장점이다.


출판사의 책 소개에 의하면, 이솝 우화는 소크라테스가 죽기 전에도 탐독했던 책이라고 한다. 무지한 아테네 시민들에 의해 사형을 선고받은 소크라테스가 이 우화들을 읽으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이야기에 등장하는 어리석은 주인공들을 보며 아테네 시민들을 떠올렸을지도 모르겠다.


2020년 11월 29일에 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원 (양장)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열일곱의 나는 어땠을까. 나는 내 인생이 평범하다고 생각한다. 소설에 나올 이야기는 아니고 뉴스에 나올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다. 아직 살 날이 많이 남았지만 말년에 내 인생을 되돌아 본다면 분명, 그저 그런 인생이었어, 라고 자조하며 먼 산을 바라볼 테지. 그러나 이 평범한 인생을 살면서도 나는 끊임없이 좌절하고 괴로워했다. 목적지가 어디든 그 곳으로 가는 길은 절대로 평탄하지 않았다. 인생에 별 굴곡이 없다고 생각하는 나조차도 이런데 다른 사람은 오죽할까. <유원>은 트라우마를 등에 업고 삶의 무게를 위태롭게 버텨내는 열일곱 살의 이야기다.


청소년기에는 누구나 자아에 관한 사려깊은 고민을 하게 된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사는 것인가. 삶이 유한하다는 걸 깨닫고, 인정하고, 납득하게 되면 인생의 의미를 반추하기 시작한다. 이 짧은 인생에서 나는 무엇 때문에 사는가. 과연 나는 이 세상에 살아갈 가치가 있는가.


'유원'은 화재 현장에서 겨우 살아난 아이다. 기억도 나지 않는 아득한 옛날에 11층 높이에서 떨어지고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아저씨에 의해 구조되었다. 언니는 그렇게 동생 유원을 살리고 뜨거운 불길 속에서 생을 마감한다. 그때부터 유원의 삶은 늘 두 사람의 무게 만큼 무거웠다. 아니, 유원을 받아내느라 하반신 불구가 된 아저씨까지 합해서 세 사람. 그래서 유원은 허투루 살 수가 없었다. 유원은 늘 죽은 언니와 장애인이 된 아저씨를 의식해야 했다. 순전히 자신의 몫 만큼만 살아야 하는데 그럴 수 없었다. 유원은 생각했을 것이다. 이게 나의 인생인지, 언니의 인생인지, 아저씨의 인생인지.


'높은 곳에 서려면 언제나 용기가 필요했다.' 친구들과 일부러 거리를 두던 유원은 우연히 옥상에서 수현을 만나고 서서히 마음을 열어간다. 옥상에서 하늘과 땅을 바라보는 유원은 잠시 동안이지만 자유를 얻는다. 높은 곳에서 떨어진 경험이 있는 유원이 수현을 만나는 장소가 옥상이라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트라우마의 극복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은 당연히 후반부의 패러글라이딩이다. 유원은 추락한다. 집에 불이 나던 그때처럼. 하지만 이번에는 낙하산이 있다. 패러글라이더가 언니로 바뀌고, 늘 부담이었던 언니의 존재가 반갑게 다가온다. 남의 삶을 사는 게 아니라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 유원은 살아남은 자가 가져야 할 '마땅한 죄책감'을 훌훌 털어버리고 오롯이 자기 자신으로서 살아가게 된다. 유원이 바로 설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수현. 결국 상처를 회복하려면 타인을 의지하고 타인과 소통해야 하는 게 아닐까.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고 홀로 속앓이하던 유원이 안쓰러워진다.


분명 이 세상은 모순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기댈만한 구석 하나 쯤은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딘가에 있을지 모르는 나의 유원을, 나의 수현을 찾고 싶다.


2020년 6월 26일에 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공연한 고양이
최은영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개보다는 고양이와 함께 한 날들의 기억이 더욱 선명하다. 많은 고양이가 우리 집을 거쳐 갔고, 그 만큼 다양한 추억이 내게 남아 있다.

지금은 고양이를 기르지 않는다. 반려동물을 기르지 않은 지 꽤 되었다. 없이 지내다보니 이젠 빈 자리가 익숙하지만, 가끔은 내 품에 안겨 그르렁 소리를 내던 고양이가 생각난다.

이 소설은 먼저 떠나 보낸 고양이들을 떠올리게 하는 특별한 소설이다.

처음에는 최은영, 조남주 작가의 이름 때문에 관심을 갖게 됐다. 최은영 작가는 <쇼코의 미소>로, 조남주 작가는 <82년생 김지영>으로 대중에게 이름을 똑똑히 알린 분들 아닌가. 나 역시 두 작가의 대표작을 모두 읽어봤고 적잖은 감동을 느껴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두 작가가 참여한 것만 해도 주목할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심지어 고양이를 소재로 한 단편집이란다. 200페이지 남짓한 작은 책 한 권에 참여한 작가는 무려 열 명. 작품도 열 편이다. 그런데 이 모든 작품에는 고양이가 등장한다.

이처럼 하나의 주제를 정하고 그에 따른 여러 작가의 작품을 모아 엮은 것을 앤솔러지라고 부른다.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앤솔러지 형식으로 작품이 출간되는 경우가 흔하지 않는 것 같은데, 그중에서도 고양이 앤솔러지는 처음 접해봐서 신기했다.

고양이를 소재로 한 문학과 영화는 많다. 얼마 전에는 구혜선의 에세이 <나는 너의 반려동물>을 읽었고, <고양이는 불러도 오지 않는다>라는 일본 영화도 보았다. 우연인지는 몰라도 두 작품을 접한 이후 이 책을 알게 되었고, 읽게 되었다. 살면서 가끔은 무언가를 자주 접하는 날이 온다. 아마 지금은 반려동물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접하게 되는 시기가 아닐까 싶다.



나는 반려동물을 기른 적이 있지만 주체는 내가 아니었다. 가족이 길러서 옆에서 보살펴준 것 뿐, 빈 그릇에 사료나 물을 부어준 적은 많지만, 아플 때 동물병원에 데려가거나 산책을 시켜준 적은 없다. 그래서 이 소설이 더욱 참신하게 느껴졌다. 반려동물을 가족 이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떨까.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어느 정도 내릴 수 있게 되었으니.

고양이를 주제로 한 단편 소설집이지만 모든 작품의 메인이 고양이인 건 아니다. <질주> 같은 작품은 고양이가 별로 중요하게 등장하지 않는다. 반면 <덤덤한 식사>, <유메노유메> 등은 고양이의 시점으로 쓰여져 있어 고양이가 더욱 중요한 역할로서 작품을 이끈다.

고양이 시점으로 쓰여진 소설을 읽으면서, 고양이가 인간처럼 말을 할 수 있다면 주인에게 이런 말을 하겠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유메노유메>에는 고양이로 환생한 인간이 나오는데, 이렇게 반려동물이 인간이 되어 주인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익숙하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은 해볼 법한 상상이니까.

열 명의 작가가 참여한 만큼 다채로운 분위기를 띠고 있다. 순문학, SF 소설, 에세이, 동화 등. 아마 <묘령이백>과 <유니버설 캣샵의 비밀>은 장르문학을 좋아하는 독자가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생각보다 정말 재미있었고, 고양이와 함께 한 지난 날을 떠올릴 수 있어서 좋았다. 긴 글을 잘 읽지 못하는 사람,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련님
나쓰메 소세키 지음, 경찬수 옮김 / 어문학사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본의 대문호 나쓰메 소세키가 1906년에 쓴 소설이다. 나쓰메 소세키는 대문호라는 수식어에 어울리게 많은 작품을 썼는데, 그중에 내가 읽어본 건 얼마 되지 않는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태풍>, <마음>, 그리고 지금 리뷰하고 있는 <도련님>까지 모두 4개다.


4가지 작품 중에서 가장 처음에 읽은 건 <마음>이다. 상당히 감명 깊게 읽었기에 다른 작품도 자연스레 찾아 읽게 됐다. 언젠가는 전집을 읽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요즘에는 바쁜 일이 많아 책을 거의 읽지 못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로 <도련님>을 읽게 되었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처럼 유쾌한 작품이라는 말이 있어서 평소에도 굉장히 읽어보고 싶었는데 때마침 어문학사에서 이 작품을 출간한 것이다.


영국의 셰익스피어라고도 불리는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에는 비극도 있고 희극도 있다. 데뷔작인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익살스럽고 해학적인 작품이지만, 말년에 쓴 <마음>은 어둡고 무게가 있는 작품이다. 이러한 뚜렷한 대비는 나쓰메 소세키 문학이 지닌 또다른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도련님>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처럼 밝고 재밌는 작품이라고 들었는데, 어떤 내용일지 기대가 많이 됐다.


읽어보니 역시 듣던대로 상당히 유쾌하고 재밌는 작품이었다. 책 표지 뒷면에 적힌 문구처럼 이 작품은 '성장소설'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쓰여진 지는 무려 100년이 넘었지만 내용이 흥미롭기도 하고 공감이 많이 됐다. 분량도 280페이지 정도로 적은 편이라 지루함 없이 끝까지 다 읽을 수 있었다.


줄거리


*스포일러 있음


'도련님'은 10년 동안 식모살이를 하고 있는 '기요'가 주인공을 부르는 호칭이다.


주인공은 평소 장난을 좋아하지만 강직하고 올곧은 품성을 지녔다. 기요의 표현대로 하자면 '대나무를 쪼갠' 것 같은 성격을 지닌 주인공은 앞날에 대한 계획 없이 무턱대고 학교에 들어간다. 졸업하고 난 뒤엔 시골에 있는 중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주인공은 세상이 어떤 곳인지 체험하고, 고향인 도쿄로 돌아오게 된다.


성장 소설을 보면 시골에서 자란 주인공이 도시로 올라가서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고 차츰 성장해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도련님>은 반대로 도시에서 살던 주인공이 시골로 가서 이런저런 체험을 하게 된다. 교사로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스토리가 주인공의 강직한 성격과 우스꽝스러운 행동과 맞물려 웃음을 자아내는데, 100년 전에 쓰여졌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재미가 있다.


그렇다고 마냥 코믹한 것만은 아니다. 데뷔작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도 마찬가지지만 이 작품에는 풍자가 있다. 교장 선생님인 '너구리', 교감 선생님인 '빨간 셔츠', 그리고 동료 교사인 '멧돼지', '알랑쇠', '끝물 호박' 등을 비롯해 이 작품에 등장하는 수많은 캐릭터를 통해 다양한 인간 군상을 풍자하고 있다. 주인공은 선생님, 학생들과 갈등을 빚다가 화해하기도 하면서 복잡한 인간 관계를 맺고 성장해나간다.


후반부에 주인공이 동료 교사와 함께 교감 선생님과 알랑쇠를 혼내주는 장면은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다. 주인공은 부조리한 인간들을 가장 단순한 방법으로 해결하며 사이다를 마시는 듯한 통쾌함을 선물해준다. 마치 히어로가 악당을 물리치는 장면을 보는 기분이다.


목차


향 ━ 005

부임 ━ 029

타향 ━ 049

숙직 ━ 069

낚시 ━ 091

징계회의 ━ 115

마돈나 ━ 145

빨강셔츠 ━ 175

송별회 ━ 199

패싸움 ━ 227

귀향 ━ 251

작가 연보 ━ 282


'부임'부터 '패싸움'까지는 전부 주인공이 시골 중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하는 부분이다. 목차를 보면 소설이 마치 여러 에피소드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아마 출판사에서 독자가 읽기 쉽도록 소제목을 만들어 나눈 것 같다. 덕분에 인상 깊게 읽었던 부분을 쉽게 찾아 읽을 수 있다.


'작가 연보'에는 나쓰메 소세키의 생애가 적혀 있다. 작품을 한층 더 깊게 이해하려면 작가에 대해서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데, 그런 점에서 이런 작가 연보는 꽤나 도움이 된다. 연보를 읽어보니 나쓰메 소세키는 38세에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쓰고 49세에 <명암>을 연재하다가 위궤양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약 50년의 인생에서 작품 활동을 한 시간은 약 10년이라는 건데, 생각보다 길지 않아서 놀랐다.



페이지 곳곳에 이런 식으로 각주가 달려 있다. 번역가는 우리가 작품을 이해하기 쉽도록 쉬운 낱말로 풀이해 썼는데, 보다 깊은 이해를 위해 원문의 단어를 각주에 실어놓았다. 작품을 읽는 데에 약간 거슬릴 수 있지만, 이를 통해 일본 근대의 모습을 짐작해볼 수 있고, 우리말로 번역된 문장을 원문의 내용에 가깝게 이해할 수 있으니 좋다.


셰익스피어의 문학이 높게 평가 받는 또다른 이유는 16~17세기 영국의 시대상이 잘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쓰메 소세키의 문학에는 격변하는 근대 일본의 생활상이 고스란히 드러나있다. 전통이 유지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근대화로 인한 서양적 가치관과 생활 방식이 공존하는 일본 사회의 모습이 작품 속에 잘 반영되어 있다. 이것만으로도 나쓰메 소세키 문학이 지닌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