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연한 고양이
최은영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개보다는 고양이와 함께 한 날들의 기억이 더욱 선명하다. 많은 고양이가 우리 집을 거쳐 갔고, 그 만큼 다양한 추억이 내게 남아 있다.

지금은 고양이를 기르지 않는다. 반려동물을 기르지 않은 지 꽤 되었다. 없이 지내다보니 이젠 빈 자리가 익숙하지만, 가끔은 내 품에 안겨 그르렁 소리를 내던 고양이가 생각난다.

이 소설은 먼저 떠나 보낸 고양이들을 떠올리게 하는 특별한 소설이다.

처음에는 최은영, 조남주 작가의 이름 때문에 관심을 갖게 됐다. 최은영 작가는 <쇼코의 미소>로, 조남주 작가는 <82년생 김지영>으로 대중에게 이름을 똑똑히 알린 분들 아닌가. 나 역시 두 작가의 대표작을 모두 읽어봤고 적잖은 감동을 느껴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두 작가가 참여한 것만 해도 주목할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심지어 고양이를 소재로 한 단편집이란다. 200페이지 남짓한 작은 책 한 권에 참여한 작가는 무려 열 명. 작품도 열 편이다. 그런데 이 모든 작품에는 고양이가 등장한다.

이처럼 하나의 주제를 정하고 그에 따른 여러 작가의 작품을 모아 엮은 것을 앤솔러지라고 부른다.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앤솔러지 형식으로 작품이 출간되는 경우가 흔하지 않는 것 같은데, 그중에서도 고양이 앤솔러지는 처음 접해봐서 신기했다.

고양이를 소재로 한 문학과 영화는 많다. 얼마 전에는 구혜선의 에세이 <나는 너의 반려동물>을 읽었고, <고양이는 불러도 오지 않는다>라는 일본 영화도 보았다. 우연인지는 몰라도 두 작품을 접한 이후 이 책을 알게 되었고, 읽게 되었다. 살면서 가끔은 무언가를 자주 접하는 날이 온다. 아마 지금은 반려동물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접하게 되는 시기가 아닐까 싶다.



나는 반려동물을 기른 적이 있지만 주체는 내가 아니었다. 가족이 길러서 옆에서 보살펴준 것 뿐, 빈 그릇에 사료나 물을 부어준 적은 많지만, 아플 때 동물병원에 데려가거나 산책을 시켜준 적은 없다. 그래서 이 소설이 더욱 참신하게 느껴졌다. 반려동물을 가족 이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떨까.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어느 정도 내릴 수 있게 되었으니.

고양이를 주제로 한 단편 소설집이지만 모든 작품의 메인이 고양이인 건 아니다. <질주> 같은 작품은 고양이가 별로 중요하게 등장하지 않는다. 반면 <덤덤한 식사>, <유메노유메> 등은 고양이의 시점으로 쓰여져 있어 고양이가 더욱 중요한 역할로서 작품을 이끈다.

고양이 시점으로 쓰여진 소설을 읽으면서, 고양이가 인간처럼 말을 할 수 있다면 주인에게 이런 말을 하겠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유메노유메>에는 고양이로 환생한 인간이 나오는데, 이렇게 반려동물이 인간이 되어 주인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익숙하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은 해볼 법한 상상이니까.

열 명의 작가가 참여한 만큼 다채로운 분위기를 띠고 있다. 순문학, SF 소설, 에세이, 동화 등. 아마 <묘령이백>과 <유니버설 캣샵의 비밀>은 장르문학을 좋아하는 독자가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생각보다 정말 재미있었고, 고양이와 함께 한 지난 날을 떠올릴 수 있어서 좋았다. 긴 글을 잘 읽지 못하는 사람,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