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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폭주를 멈춰라
우석훈 지음 / 녹색평론사 / 2006년 8월
평점 :
품절
사둔 게 이미 지난 정권 때의 일인데, 이제서야 정독.
협상 실무 쪽에도 몸을 담았던 저자답게 쉬우면서도 핵심을 놓치지 않는 책이다.
FTA에 관련된 주요 사항을 쉽게 정리했고, 왜 한미 FTA가 문제가 있다고 하는지 간단히 이해가 가능하다.
무엇보다도 FTA가 위험한 것은 모호함이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하지만 그것을 '걸' 힘은 미국에게 있다는 게 문제.
이 모호함이 미국형 FTA를 무시무시한 것으로 만드는 '철학'이다.
저자는 강조한다. 만약 국회의원이라고 뽑힌 이들이 정신만 제대로 박혀 있다면, '미장원'을 보호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2004년 기준 11만 8천 5백 개의 업체. 총고용 214,906명.
네가티브 방식을 취하고 있는 FTA에서 국민을 보호하려면 '미장원' 하나라도 조항에 넣으려 노력해야하는 거 아니냐는 거다.
대체 저들이 돈 받고 뭘 하는 겐가? (솔직히 왜 네가티브 방식을 취하는지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렇게 고급스러운 서비스업은 아니지만 동네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아주머니가 험한 꼴 안 당하면서 조그맣게 경제생활을 꾸려갈 수 있는 미장원은 어쩌면 한국 자본주의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서민들의 '섬' 같은 존재인지도 모른다. 다른 모든 부문을 제쳐놓더라도 정부가 해야 할 작은 노력이 있다면 그건 이 작은 동네 미장원을 지키는 게 아닐까.
문제는 미국이 아니라 한국 정부다. 미국이야 자국과 자국민의 이익을 취하려 하는 것일테고 그거야 인지상정.
그러면 한국 정부는 한국 국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정말 한국정부는 다른 건 몰라도 국민들의 약점은 너무 잘 알고 있다. ……(중략)…… 정부는 한미 FTA와 관련해서 정부가 꼭 알고 있어야 할 것들을 거의 모른다. 그런데 국민들과의 협상에서 이기는 방법은 너무 잘 안다. 진화적 게임이론으로 상황을 설명하자면 '노무현 시스템'은 외국이 아니라 국민들을 상대하는 감각기관이 기이하게 발달 · 진화한 시스템이다.
외교부는 지금 "한국 경제가 어려움에 처해 있고, 한미 FTA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지 않느냐"고 말한다. 이 질문은 경제학의 질문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철학에 대한 질문이고, 경제적 문제에 대한 철학적 답변이다. 왜냐하면 경제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경제학자가 동의할 수 있지만, 어떤 거시경제의 운용방식이 한국의 문제점을 실제로 풀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케인즈 학파, 시카고 대학의 신산업주의 학파, 신오스트리아 학파, 스티글리츠를 좋은 경제학자로 추억하는 세계은행의 경제학자들에 이르기까지 모두 다르고, 하나의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는 않다. 그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경제학 내에서는 '입장'의 선택에 해당한다. 그런데 사실 '경제적 대안'은 그 사회가 어떤 모습을 지향하고 어떠한 사회가 되고 싶어하는가에 따르는 '수단에 관한 질문'에 해당한다.
FTA 이야기를 하면 전 노무현 정권의 무능과 무책임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도 문제가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이 조약이 왜 문제가 되지 않는지를 전혀 성찰하지 않고서는 이명박이니 반대한단다.
이게 무슨 소용인가. 정권 교체가 되어봐야 다시 FTA 추진할 거라면, 그러니까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입장이 변하지 않는다면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다. 우리가 바라는게 그냥 이명박 까고 조롱하고 하하 웃으면 되는 개그콘서트인가?
이명박이 감옥을 가든 가지 않든, 그것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한국 경제를 뒤흔들 이 FTA에 어떤 대응을 하느냐이다.
지난 선거 때 '닥치고 경제'라고 저런 인간을 뽑았던 사람들이, 왜 정작 가장 경제적인 문제인 FTA에 '닥치고 경제'를 외치지 않는가?
제발 좀 하나하나 차분히 생각해보고 따져봤으면 싶다.
삼성이 수출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한지, 내가 운영하는 가게를 외국 거대자본이 들어와 망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인지를.
주말 반나절이면 읽을 수 있는 책. 요즘 같은 시기에 필독서 중 하나다. 꼭 이 책이 아니더라도 관련 책 하나쯤은 읽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