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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제임스 설터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계속되는 냉소는 사람을 지치게 하고, 반복되는 반전은 클리셰를 만들어낸다. 미국에서는 극찬을 받는 모양이고, 또 번역가 또한 극찬에 극찬을 아끼지 않지만, 글쎄. 나는 잘 모르겠다. 단순히 사랑에 대한 냉소가 너무 잔인하기 때문이 아니라, 하나하나의 상황 설정에 그다지 공감을 못했기 때문이랄까(그리고 냉소는 생각보다 그리 잔인하지 못할 때가 많다). 번역가는 이 단편들을 읽으며 소름이 돋는다거나 부르르 떨게 되었다거나 그런 표현을 쓰던데, 내 소름이나 떨림은 냉소 앞에서는 매우 둔감하다. 모두가 저런 비밀이나 비극/희극쯤은 하나씩 가져야만 하는 걸까. 행복이 진흙탕 속에서만 피어난다는 말이 거짓이듯이, 삶이 모두 진흙탕이라는 말도 결코 진실이 아니다.
이런 류의 소설이라면, 나는 촌스러워도 오 헨리가 훨씬 좋다. 냉소적이면서도 따뜻하고 그러면서도 서글픈 웃음이 나오는 그의 소설들. 나도 누구 못지 않은 냉소주의자지만, 적어도 내 냉소의 끝에는 지랄맞고 볼품 없고 촌스러운 희망이 있다. 냉소를 위한 냉소에는 대부분 허세가 깔려있기 마련. 나는 그 지점이 매우 불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