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주의 역사강의 - 근대와 국가를 다시 묻는다 한티재 교양문고 1
백승종 지음 / 한티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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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주의'와 '역사'라는 말이 붙어있으니 꽤나 낯설다. 비록 소수정당에 불과하지만 '녹색당'까지 활동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한국의) 역사학은 생태주의에 관심이 현저히 적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상당히 급진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총 7개의 세부 주제로 나누어 강의 형식으로 서술하는데, 특히 역사교과서를 다룬 부분을 읽는 대부분의 한국사 전공자들은 불편함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총체적으로 말해, 우리 역사교과서에는 각종 분야에서 산업회를 지향한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나타났다고 기술한다. (48쪽)


이를 통해[검인정 역사 교과서를 통해] 역사가들은 한국 국민 모두에게 공통된 역사의 기억을 강요하고, 이로써 국가공동체의 영속을 도모한다. 나는 이것을 학문적 권위주의에 토대한 일종의 지적 폭력이라 생각한다. (63쪽)


현대 한국처럼 자국사의 교육목표를 '국민통합' 또는 '민족통합'에 둘 경우, 이러한 문제점은 필연적이다. (73쪽)


즉, 최근 역사교과서를 두고 벌어진 문제를 생태주의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똑같은 틀 속에서 싸우고 있는 셈이 된다. 극우/뉴라이트 계열의 역사관은 말할 것도 없고, 그들과 전선을 이루며 싸웠던 역사가들 또한 발전주의를 지향하는 역사관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설사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마르크스주의의 시각으로 역사를 본다고 해도, 결국 국가 중심의 발전주의인 것은 마찬가지이다(물론 이런 비판이 현실에서 발생한 분명한 문제점과 쟁점을 흐리기 위함은 아니다).


잠시 생각해보면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우리가 배워왔던 교과서를 떠올려보라. 단군시대부터 시작하여 조선 후기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의 역사는 줄곧 발전을 거듭해왔다는 것이 기본적인 '국사'의 내러티브다. 안타깝게도 식민지 경험을 하긴 했지만, 그 이후의 경제 발전 혹은 민주화는 일관적인 발전의 노선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리하여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자리는 어디인가? 수천 년을 발전해왔는데 고작 이거라면, 지금 우리가 행복하지 못하다면 무언가 이상하지 않은가? 더 이상 개발과 발전이 절대선이 될 수 없는 시대에, 역사를 보는 시각도 이제는 달라져야만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이 책에서 제시하는 생태주의적 관점에 역사가들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꼭 생물이나 자연, 환경을 다루어야만 생태주의적인 관점은 아니다. 이전까지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착취해오던 것들, '대의'를 위해 희생을 강요해왔던 것들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재현하기 위한 방법론을 고민하는 것. 그 또한 생태주의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더 이상 지방을 중앙의 식민지로 간주하는 일을 그만두어야 한다. 시민에게 국가와 민족의 발전을 위한 희생을 은연 중 강요해서도 안 된다. (49쪽)


이전에 발표한 글들을 수정하여 낸 책이라 뒷 부분의 유럽 이야기는 조금 아쉽기도 하다. 분명 중요한 이야기이긴 하지만(또 중요한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모르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책이 책이니만큼 그것이 조금 더 생태주의와 밀접한 거리를 유지한 채로 서술되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생태주의적 역사는 이제 시작 단계이니 이런저런 시도가 중요할 것 같다. 저자가 이 책의 밖에서 주장했던 '사랑의 역사'가 생태주의적 관점과 결합된다면 또 어떠한 결과물이 나올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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