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 내가 쓴 글, 내가 다듬는 법
김정선 지음 / 유유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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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문장에 대한 관심이 많다. 주제도 모르고 무슨 작가가 되겠다는 건 아니고, 인문학을 한다는 학자들이 문장이 엉망인 경우를 너무 많이 봤기 때문이다. 물론 나 또한 예외는 아니다. 즉, 아름다운 문장을 원해서가 아니라 정확하고 간결한 문장, 문법에 맞는 문장을 쓰고 싶기 때문에 문장을 다룬 책을 종종 사서 본다. 이 책도 그 책 중의 하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책의 분량이 그리 많지 않음에도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정보가 많은 책이다.


행위가 진행될 수 없는 동사에 보조 동사 '있다'를 붙일 수는 없다. (44쪽)


보조 용언, 그러니까 보조 동사나 보조 형용사처럼 보조해 줄 낱말을 덧붙일 때는 당연히 이유가 있어야 하고 그 효과를 봐야 한다. (45쪽)


문장의 주인은 문장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주어와 술어라는 사실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52쪽)


분명하게 뜻을 가려 써야 할 때까지 무조건 '대한'으로 뭉뚱그려 쓰면 글쓴이를 지적으로 게을러 보이게 만들기도 한다. (64~65쪽)


지적인 문장이 아니라 지적으로 '보이는' 문장이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 지적으로 보이게끔 포장하지만 사실은 게으름을 그대로 드러내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69쪽)


그러니 한글 문장은 순서대로 펼쳐 내면서, 앞에 적은 것들이 과거사가 되어 이미 잊히더라도 문장을 이해하는 데 문제가 없어야 한다. 그러려면 문장 요소들 사이의 거리가 일정해야 한다. ......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문장의 주인이 문장을 쓰는 내가 아니라 문장 안의 주어와 술어라는 사실이다. (196~197쪽)


 그리고 단편 소설 같은 이야기를 중간 중간 넣는 흥미로운 구성으로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나름의 반전(?)도 있고, 한참 생각할만한 좋은 표현도 있다.


오해는 자연스럽게 거리를 만듭니다. 거리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풍경을 만들고 시선을 만들죠. 이해한 자는 결코 가질 수 없는 시선과 결코 볼 수 없는 풍경. 그것이 설사 왜곡된 시선이고 왜곡된 풍경일지라도 말입니다. 이해한 자는 풍경을 갖지 않습니다. 아니, 풍경을 가질 필요가 없는지도 모릅니다. 왜나하면 이해한 자는 자신과 이해된 것 사이에 거리를 둘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그 거리를 좁히기 위해 이해한 것인데 굳이 거리를 두는 건 바보 같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해한 자가 갖는 것은 풍경이 아니라 장면이죠. 이해한 자신과 이해된 대상이 함께하는 장면. 하지만 오해하고 오해된 자들은 거리를 갖고 풍경을 갖습니다. 어떻게 해도 좁혀지지 않는 거리와 어떻게 해도 내게로 와서 장면이 될 수 없는 풍경을 말이죠. ......

누군가에겐 그 모습이 내가 속한 풍경이기도 하고 내 모습 자체가 풍경이기도 하겠지만, 최소한 내겐 결코 풍경이 될 수 없죠. 왜냐하면 내가 지켜보고 있는 것은 풍경을 만드는 거리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144~146쪽)


물론  이런 류의 책이 다 그러하듯, 모든 부분에 동의하기는 힘들다. 예를 들어 이 책에서는 '시작하다'의 뜻에 집착해서 그 사용을 엄격히 제한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놀라기 시작했다"는 문장은 시작과 끝을 명시하기 어렵기 때문에 어색하다는 거다. 그러나 "사람들이 놀랐다"라는 표현과 "사람들이 놀라기 시작했다"는 표현은 어색한지 어색하지 않은지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다. 두 표현은 분명 다른 상황을 보여주는 문장이다. "직원들이 하나 둘 퇴근하기 시작했다"도 마찬가지다. 필자가 말하듯 이 표현이 바통을 주고 받으며 퇴근한다는 걸 표현하기 위한 문장일리가 없다. 만약 단어의 정확한 뜻에 그렇게 집착한다면, 서브플롯 속의 "미망인"이라는 단어는 왜 그렇게 자주 사용하는지 모를 일이다. 심지어 상대를 직접 지칭할 때도 미망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건 그야말로 어색한 표현이다. 또 단어에 담긴 뜻을 생각하면 어색할 뿐만 아니라 잘못된 표현이기도 하고.


어쨌거나 이런 부분은 내가 알아서 받아들이면 될 일. 재미있게 잘 읽은 책이었다. 특히 "문장은 손가락이 아니다"라는 지적에는 많이 뜨끔했다. 다음과 같은 표현은 사용할 때에 꼭 필요한 문장인지 재확인을 해야겠다. 이 책의 목차를 두고 퇴고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있었다, 있다

- 관계에 있다

-에 대한(대해)

-시키다

될(할) 수 있는

그, 이, 저, 그렇게, 이렇게, 저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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