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릴 수 없는 배 - 세월호로 드러난 부끄러운 대한민국을 말하다
우석훈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7월
평점 :
품절


워낙 다작을 하는 우석훈 박사의 책인데, 제일 잘 안 나간다는 인터뷰를 보고 바로 구입해서 읽었던 책. 이 책은 단 하나의 너무나 당연한, 그러나 잘 하지 않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세월호는 선박 사고인데, 왜 그 누구도 배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는가?" 그래서 차분하게 문제를 짚어간다. 왠 '차분'이냐고? 우리가 울고 분노하고 슬퍼하고 그러고나서 다시 돌아서는 건,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스스로를 위한 행동일 뿐이니까. 그 이상 나가지 않는다. "우리는 이런저런 이유로 입을 다문다. 혹은 입을 다문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냥 일상을 산다고 생각한다."(43쪽) 그러나 그 '일상'이 세월호가 없는 일상이 될 수 있을까?

 

인간으로서 인간을 사랑한다는 최소한의 덕목을 갖춘 사람들의 정신은 이미 세월호를 타고 있는 셈이다. (25쪽)

 

참사가 벌어진 후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들을 보면, 이 사회는 손톱만큼의 반성도 하고 있지 않다는 게 분명하다. 아니, 더 악화되고 있다.

 

우리는 흔히 재난을 통해서 사회가 나아지고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건 선량한 사람들만이 가지는 자기반성이다. 오늘날의 '재난 자본주의'라는 시스템 안에서는 끔찍한 사고가 나면 문제가 개선되기보다는 그 반대의 기회로 작동되는 경우가 더 많다. (176쪽)

 

이젠 정말 살아남지 못한 것이 죄가 된다. 누구의 잘못일까?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이 역시 악마인 걸까?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악마가 잘 돌아다닐 수 있는 '구조'야말로 더 큰 문제다. 세월호는 이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인 것이다.

 

즉,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한국 사회의 가장 약자에 해당하는 고등학생들, 그들을 특정한 정치적 혹은 경제적 목표에 맞춰 투입시킨 것일 수도 있다. (53쪽)

 

보통 학생들 수가 줄어들면 폐교를 한다.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학교는 없애면서, 민간 기업의 이익은 그 기업과 상관없는 학부모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보전해줬고, 그게 세월호 참사를 불러왔다. 즉, 한국 정부는 학교보다는 연안여객이 훨씬 더 중요한 국가 기관 시설이라고 판단한 것처럼 보인다. (120~121쪽)

 

왜 배가 문제인지, 그리고 그 배가 상징하는 바가 무엇인지 쉽게 알 수 있는 책. 일독을 권한다. 책 하나 읽는 게 현상황을 바꾸는 데에 무슨 도움이 되겠냐고? 아니다. 무슨 도움이 안 될지라도 무언가라도 해야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정말 그 무엇도 바꿀 수 없다. 뭐라도 해야 더 나빠지는 거라도 막을 수 있는 거다.

 

물론 글 몇 편에 세상이 바뀌지는 않는다. 그러나 10이라는 위험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을 때, 이걸 9의 크기로 줄일 수는 있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할 수 있어야 한다. 실제 현실에서 아무 일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벌어지지 않은 일이라고 해도 그 1만큼을 줄이기 위한 노력들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1의 일을 하기 위해서 자신의 많은 것들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42쪽)

 

저자의 결론은 의외로 교육이다. 학생을 결정권 하나 없는 아이로 취급하지 말 것. 아주 사소한 것부터, 그러니까 학생들을 '애들'이라고 부르지 말 것. 왜 이런 결론일까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학생들을 모아 가라앉을 배에 넣고 수장시킨 우리를 생각한다면 당연한 결론일 수도 있다. 자, 이래도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할 수 있는가? 다같이 죄를 지은 우리는, 뭐라도 해야한다. 그 효과나 성과 따위 운운할 자격조차, 우리에겐 없다.

 

살아남은 우리가 시체로 돌아온 학생들에게 바쳐야 할 것은 슬픔과 눈물이 아니다. 그들에게 안전한 배와 정상적인 중등교육을 바쳐야 한다. (20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