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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 똥장수 - 어느 중국인 노동자의 일상과 혁명
신규환 지음 / 푸른역사 / 2014년 5월
평점 :
제목만으로도 눈길이 가는 책. 부제는 '어느 중국인 노동자의 일상과 혁명'이다. "일상과 혁명"이라니! 완전 관심이 생겨서 바로 구입. 저자의 말대로 '혁명'의 의미는 사람마다, 계층마다 다른 것일 수밖에 없다.
특히 하루하루를 버텨 나가기 힘든 도시하층민에게 중국혁명은 일상의 '변화'가 아닌 일상의 '반란'이었다. (8쪽)
이 책은 1950년 베이징시 인민정부 공안국이 동장수 20여 명을 긴급체포한 사건에서 출발하여 그들 개인들이 과거에 똥장수로서 어떤 삶을 살았는가를 추적해나가는 방식을 취한다. 하나의 사건에서 한 권의 책을 서술할 만큼의 연구성과를 냈다는 점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평가를 받을만 하다. 게다가 특이한 점은 책의 구성인데, 300페이지가 넘는 책치고는 책의 구성이 매우 파편적이다. 단편적인 키워드를 통해 모자이크를 맞춰나가는 느낌을 주는 구성인데, 처음에는 맥락이 툭툭 끊기는 느낌이라 불편하기도 했는데, 읽다보니 저자가 왜 이런 방식을 택했는지 이해가 됐다. 일상, 그것도 보잘 것 없는 사람들의 일상을 다루려 할 때 역사가가 마주하는 어려움은, 마치 거대서사만을 다뤄왔던 역사가가 초등학생의 일기로 역사서를 써야하는 당황스러움에 비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오히려 더 많은 자료와 연구성과를 동원하게 될 수 밖에 없고, 미시적인 접근은 오히려 거시적 접근보다 더 '넓은' 관점을 견지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나에게 여러가지를 생각할 기회를 주었다고 할 수 있겠다.
다만 아쉬운 점도 몇 가지 있는데, 책의 부제 '일상과 혁명'이 좀 더 부각됐으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중국 똥장수의 현황이라던지, 변화라던지, 고민이라던지 하는 것이 잡힐듯 말듯 느껴지는 건 나뿐만이 아닐 것 같다. 물론 확실히 잡히는 일상이 어디있겠냐마는, 그래도 이렇게 자세한 서술의 기록된 책을 읽었는데 책을 덮을 때에 뭔가 두루뭉술한 느낌만이 남는다면 그 또한 문제가 아닐까? 시작과 마지막 부분의 서술도 이런 문제에 한몫한 것 같다. 이 책의 시작과 마지막은 수사관(?)의 시선에서 진행이 된다. 어찌보면 새로운 시도라고도 할 수 있을텐데, 문제는 이 서술이 무엇을 노린 것인지 명확치 않다는 것이다. '새로운 시도' 혹은 '흥미유발'이라는 측면에서 시도한 것은 아닌가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 오히려 책의 전체 맥락과도 맞지 않고 기능적인 측면에서도 효과적이지 못한 것 같다. 차라리 서술의 일관성을 위해 더 파격적으로 전체를 1인칭 시점으로 서술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그게 무리라면, 과감히 포기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었을 것 같다. 언제나 그렇듯, 형식은 내용을 부각시키기 위함이지 그것이 역전되면 역효과를 불러오니까.
어쨌거나 꽤 흥미로운 책이다. 박사논문 이후 한 주제 밑에서 다양한 방향의 책을 낼 수 있다는 면에서도 저자의 능력에 탄복하게 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