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례 죽음 한국사회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종교문화비평총서 1
한국종교문화연구소 기획, 이용범 엮음 / 모시는사람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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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죽음의례가 어떤 변화를 겪어왔으며 그것이 한국사회와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검토한 연구서.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참여하고 있는만큼 꽤 흥미로운 글들이 많았다. 책을 읽는 내내 생각하게 된 건, 자본주의 현대사회가 소규모 공동체를 철저히 파괴하고 있다는 것. 그로 인해 죽음에 관련된 의례도 굉장히 약화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반대로 그것이 다시 공동체를 해체하는 데 일조하는 순환을 만들어낸다.

 

  과거 한국 사회에서 죽음은 죽음을 맞이한 망자와 가족들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죽음은 마을과 같은 지역 공동체 전체의 일이기도 하였다. 지역 공동체는 공통된 상장례 방식과 죽음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고, 그러한 공동체를 통해 죽음의 문제가 해결되었다. 따라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상황에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었다. (6쪽)

 

새마을운동에 노골적으로 드러난 근대화 지상주의는 자신의 통치 체제에 부합하는 일부를 제외하고 모든 공동체적 유산을 부정적인 것을 간주하였다. (160쪽)

 

이건 1960~70년대에만 국한지을 것이 아니라 일제시대에도 그대로 소급이 가능하지 않을까?

 

어쨌거나 그로인해 새로운 현상들이 나타나는데, 대표적인 것이 장례의식의 상품화와 병원의 기능 확장(?)이 그것이다. 요즘은 문상간다라고 하면 장례식장보다 병원을 떠올리는 게 일반적인 일이 되었다. 하지만 병원에서 장례까지 치르는 '원스탑 서비스'는 세계에서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아는 사람이 드물겠지만, 그나마도 2006년에야(!) 합법화되었다.

 

상조회사는 소비자들에게 단 한 번뿐인 일회성의 죽음을 어떤 형태로 소비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선택하게 만드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반면에 소비자는 자신의 금전적 지위를 나타내는 방식으로 어떤 과시적 소비와 구별 짓기를 할 것인가를 꼼꼼히 분석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134쪽)

 

이로써 병원은 질병을 고치는 곳일 뿐만 아니라, 삶의 고비마다 대면할 수밖에 없는 비(非)일상성을 격리시키고 분리하여 '일상성을 보호'하는 장소로 기능하게 된 것이다. (163쪽)

 

책을 읽다가 내 논문의 방향 하나를 완전히 틀게 된 부분이 있다. 의외로 낙태아를 위한 천도제에 관련된 논문이었다. 나는 '근대화'라는 것이 사적영역인 장례까지 침투하여 모든 것을 통제하려고 했다, 그것에 공공성을 부여했다라고 가설을 세웠는데 아예 정반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한국에서 낙태아 천도재의 확산과 관련하여 우선 지적할 수 있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죽음과 관련된 경험이나 의례가 공적 영역과는 단절된 채 대부분 사적 영역에 국한된다는 것이다. 전통 사회에서 한 인간의 죽음은 그가 속한 혈연, 지역 공동체의 공동 과제로 망자를 다른 세상으로 떠나보내는 통과의례인 사령 의식 또한 공동체적 의례의 성격이 짙었다. 그러나 한국사회가 현대화되면서 전통적 공동체는 대부분 해체, 파편화되었고 결국 죽음의 경험은 (소)가족을 중심으로 공유되고 기억되었다. (204쪽)

 

그렇다고 방향을 완전히 틀어버린 것은 아니고, 이 모순처럼 보이는 두 가지를 한꺼번에 이야기해보자는 욕심이 생긴다. 쉽지는 않을 거 같지만.

 

또 하나 이 책에서 인상깊었던 것은, 책의 첫머리에 원로 교수가 기조연설 식의 글을 썼는데 이게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기조연설 혹은 서문과는 차원이 달랐다는 점. 우리가 원로학자에게 기대하는 것처럼 전체를 조망하는 글이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잡아끄는 무엇이 있었다. 한국의 학술서, 특히 이렇게 논문을 모아놓은 형식의 책에서 이런 글을 접하는 게 거의 처음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런 걸 내공이라고 하는 건가. ㅎㅎ

 

어쨌거나 생각보다 매우 도움이 많이 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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