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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김인순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랜만에 읽었던 쥐스킨트의 단편집. 그의 팬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열광하는 것은 아니지만, 막상 책을 집어들고 읽기 시작하면 너무나 재미있게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 건 예외가 없다. 특히 인간의 심리를 이 짧은 단편에서 교묘하게 묘사해내는 능력은 정말 탁월하달 수 밖에. <체스>에 드러나는 주인공과 그를 둘러싼 구경꾼들의 심리묘사는 그야말로 압권. 많은 수식 없이 깔끔한 표현으로 프랑스 문학 등 다른 국가의 문학작품에서는 쉽게 발견하기 힘든 그 무엇을 보여준다.
그러나 물론 그는 다시 승리했다. 그리고 이 승리는 그의 생애게서 가장 혐오스러운 것이었다. 그것을 피하기 위해 체스를 두는 동안 내내 자신을 부정하고 스스로를 낮추고 세상에서 가장 하찮은 풋내기 앞에서 무릎을 꿇었기 때문이다. (4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