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질의 시대 사계절 만화가 열전 3
박건웅 지음 / 사계절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한 만화작가가 촛불시위에 나갔다가 군화에 짓밟히고 아스팔트에 머리를 부딪혀 쓰러졌다. 그가 정신을 차린 곳은 병원이었고, 퇴원 후에도 잠을 잤다. 잠을 깨면 우울증에 시달렸고, 그렇게 반 년 동안 무기력한 생활을 계속 했다. 그러다 풍자만화를 틈틈히 그리기 시작했는데, 우울증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너 그러다 잡혀간다."

  만화를 그리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입니다. 그때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가도, 쥐 그림을 그렸다고 잡혀가고 정부를 비판했다고 명예훼손으로 신고 당하는 사례를 보고 있으면 왠지 남의 일 같지 않더군요. 아직 안 잡혀가서 다행이긴 합니다만 창작자에게 정말 무서운 건 잡혀가고 신고 당하는 게 아닙니다. 제일 무서운 건 창작을 하지 못하는 것! 바로 나 자신이 스스로의 감옥을 만드는 것이니까요. (245쪽)

 

'나는 공산주의자다', '노근리 이야기', '꽃' 등을 그려왔던 작가의 풍자만화집. 원래 박건웅의 그림이 마치 둥근칼로 파낸 판화처럼 선이 굵고 어둡기는 하지만, 여기 이 책에 담긴 만화들은 더 어두워서 그로테스크하기까지 하다. 사실 작가의 개인 블로그에 가서 그가 그렸던 만화를 보곤 했었는데, 그림이 왜 이렇게 점점 어두워질까, 또 왜 이렇게 직설적일까 의아해하기도 했다. 내용이 너무 직설적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풍자만화가 시대의 산물임을 감안하면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다. 거기다 개인적인 경험까지 있으니. 그러니 이 책은 하나의 임상치료 보고서이기도 한 셈이다. 그리고 지금 이 괴물을 만든 것이 결국 누구인가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하는 만화다.

 

그때서야 깨달았다. 전염병은 바로 우리가 믿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으며, 손만 잘 씻었어도 살 수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3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