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네 집 - 윤미 태어나서 시집가던 날까지
전몽각 지음 / 포토넷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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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얘길하면 해당 분야에 계신 분들은 화낼지 모르겠지만, 사진이란 영역은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가 모호하다. 사실 미술이나 음악 등 예술의 영역이 어느 정도 다 그렇기는 하다. "난 이제부터 프로 음악가"라고 선언하는 경우도 없고, 어떤 '자격증'을 따야만 업으로 삼을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지털 카메라의 보급, 후보정 기술의 발전, 그리고 '취미'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갖추고 있는 장비들을 생각하면, 사진의 영역에서 프로와 아마추어를 구분해내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대가로 불리는 사람들의 사진도 저것이 설정이나 아니냐를 두고 논란이 많이 벌어지기도 한다. 종종 '작가'라는 사람들의 사진전을 가서 고개만 갸우뚱하다 나온 기억도 꽤 있기 때문에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사진은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취미생활인 동시에 '척'하기도 굉장히 쉬운 분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족의 사진이 꽂혀있는 사진집, 우리가 보통 '앨범'이라고 부르는 사진집을 누구나 집에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아주 가끔씩 펼쳐보면서 도란도란 얘기하며 킥킥대기도 하고, 서로의 기억이 조금씩 달라 아웅다웅 다투게도 만드는. 그런데 그 흔한 가족 앨범이 판매용 책으로 나왔다고? 이 책의 주인공들은 유명인 가족도 아니고 사진을 찍은 이가 전문가도 아니다. 이쯤되면 대체 무엇때문에 이 사진집이 유명해졌고, 중고서점에서 고가에 거래가 되기도 했으며, 결국엔 개정신판까지 나오게 됐는지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진집을 펼쳐보는 순간, 그 모든 의문이 풀린다. 카메라는 종종 보도의 매체로 여겨져 차갑고 냉정한 이미지를 가지지만, 이 사진집의 작가, 그러니까 '아빠'의 손에 들려있는 카메라는 딱 체온만큼의 온기를 품고 있다. 누구에게 자랑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또 애초에 이 사진을 책으로 낼 목적도 아니었다. 그냥 사진 찍기를 취미로 하는 사람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의 모습을 담고 싶었을 뿐이다. 그 마음이 프로 사진가 이상의 열정과 부지런함을 만들어냈다.

 

이 개정신판에는 원판의 부제 '윤미 태어나서 시집가던 날까지'에 '그리고 사랑하는 나의 아내'가 덧붙었다. 가족하면 지긋지긋하다는 사람이든, 아니면 나처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서로 살아가는 게 속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든 간에, 책장을 넘기면서 온기를 느끼게 될 것이다. 사진이 결코 기술이나 실력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그럴리가 없다는 걸 제대로 증명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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