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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없는 방 - 삼성반도체 공장의 비밀 ㅣ 평화 발자국 10
김성희 글.그림 / 보리 / 2012년 4월
평점 :
'삼성에 없는 단 한 가지, 사람 냄새'와 함께 출간된 책. 역시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가 백혈병이 걸린 노동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람 냄새'가 발병 이후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이 책은 반도체 공장의 실정을 상세히 담아내고 있다. 때문에 앞부분은 가득한 전문용어 때문에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이 공정들은 뒤에 따로 2~4쪽을 내서 설명을 하고 다른 쪽에 분량을 더 할애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2권이 세트 형식으로 출간된 것이니 이 책은 또 이 책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겠다. 그 수많은 공정과 철저한 '청결관리'가 모두 인간을 배제한 것이었다는 것을 부각시키는 역할도 하니까.
아들 잃은 부모 앞에서도 삼성은 돈 얘기만 해요. (122쪽)
정말 무서운 건, 대한민국이 삼성처럼 되고 있다는 거다. 하긴, 삼성 같은 기업을 '일류기업', '국민기업'이라 칭송하니 당연한 일일지도. 직업병으로 남편을 잃고, 산재를 인정받기 위해 싸우는 전 삼성전자 직원에게 현 삼성전자 직원들은 삼성의 대변인이 된다. 이것이 전적으로 자발적인 것이었다면 할 말이 없겠으나, 삼성은 애사심을 '교육'하고 무노조를 '원칙'이라 말한다.
그 뒤로 난리도 아니야. 나랑 11년 일했던 사람들도 나를 이방인 취급하면서 이상한 사이비 종교에 빠진 사람처럼...... 나를 검은 옷 입혔다가 빨간 옷 입혔다가. 그 안에 있다 보면 자기들 욕하는 줄 알아. 자기들이 다 이건희인 줄 안다고. 잘 지내던 사람들과도 연락이 다 끊겼어요. (112쪽)
이 문제는 삼성 노동자들에게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다. 삼성에 대해 어떤 자세를 취하느냐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심각한 문제이기도 하다. 무엇을 욕망하며 살 것인가? 무엇에 이끌려 살 것인가? 나는 나를 위해서라도 삼성에 대해 No!라고 외치며 살 것이다. 나는 삼성이 자랑스럽지도 않고 대한민국을 대표한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도 삼성에게 그런 자격을 준 적이 없고, 또 무엇보다 삼성은 그럴 자격이 전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