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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묘지 소송 - 산송, 옛사람들의 시시비비 ㅣ 키워드 한국문화 10
김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2월
평점 :
논문의 초반부분을 구성하는데 조금 알아놓을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구입하여 읽었다. '산송'이라고 불린 조선시대의 묘지 소송은 꽤나 흥미로운 주제다. 이게 현대의 그것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더욱 그럴 것이다. 이걸 단순히 '미신'이라고 치부하기에는 한 시대의 확실한 키워드였고, 조선이 망한 이후에도 문제는 여전히 발생했다.
산송이란 주제를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는데, 조금 더 자세하게 알게 된듯. 경국대전에 명시된 분묘의 한계라든지, 정자가 조상의 묘자리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이라든지, 19세기 지식인들이 묘자리가 지나치게 넓어지는 것을 걱정했다는 것은 꽤 흥미로운 사실이다. 150페이지 남짓하는 분량에다 책의 크기가 소책자에 가깝기 대문에 이 주제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읽어봄직 하다. 그러나 이 시리즈 '키워드 한국문화'가 지향하는 방향이 인문학과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는 것이라면, 이 책이 그 방향에 충실한지는 잘 모르겠다. 이상하게 책이 어렵고 지루한 면이 있다. 분명히 저자는 자세한 설명을 덧붙이고 있고, 문장이 지나치게 길거나 비문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렇다. 이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책을 집어들었던 내가 그랬다면, 일반 대중들은 어떨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 책이 시간가는 줄 모르고 흥미진진하게 읽을만한 책이 아니란 것은 명확하다. '재미있고도 수준 높은 역사책'을 쓰는 것은 역시나 어려운 일인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