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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시일反 - 10인의 만화가가 꿈꾸는 차별 없는 세상 ㅣ 창비 인권만화 시리즈
박재동 외 지음 / 창비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2003년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획하여 출판한 책. 여러가지 소재가 다뤄지지만 기본적으로 '인권'이라는 키워드가 중심이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가는 박재동, 손문상, 유승하, 이우일, 이희재, 장경섭, 조남준, 최호철, 홍승우, 홍운표다. 이희재 작가의 경우, "아, 이 분이 그림을 계속 그리고 계셨구나"라고 중얼거릴 정도로 정말 오랜만에 보는 그림이었다. 그만큼 여러작가가 여러 방식으로 여러 소재를 다뤘기 때문에 전혀 지루하지 않고도 일정 수준의 퀄러티를 보장한다. 다만 몇몇 작품에서 드러나는 약간의 식상함이 조금 아쉽기는 하다. 하지만 책의 뒷부분으로 갈 수록 작품의 서사가 탄탄해지는 느낌을 받는데, 특히 최호철의 작품을 접할 때가 그렇다. 그것이 실화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것을 표현해내는 방식 또한 절대 건성이 아니다(외국인 노동자가 한국말에 익숙해가는 과정을 간단하게 표현해내는 기술에서 나는 무릎을 쳤다). 평론가 박인하가 칸칸의 만화를 그리지 않는 최호철에게 느낀 아쉬움이 무엇인지 알 것도 같았다.
국가 기관에서 기획하는 프로젝트나 책자는 '홍보성'을 띠기 쉽다. 하지만 적어도 이 책은 천박한 정책 홍보를 지향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 기관의 존재 이유를 홍보한다. 이 때문에 이 책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게다가 국가인권위원회라는 기관이 말그대로 유명무실해진 지금, 기관의 역사, 혹은 정권에 따른 행정기관의 변화를 증명한다는 면에서도 이 책은 여전히 가치를 지닌다. 그만큼 '기록'이란 건 중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