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없는 이야기 - 최규석 우화 사계절 만화가 열전 2
최규석 지음 / 사계절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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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이야기하지만, 나는 최규석의 팬이다. 그의 문제의식이나 접근법, 그리고 그림체까지. 그런데 그의 홈페이지에 가끔 들렀을 때, 우화를 그린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이렇게 책의 형식으로 나오는 것인지는 알지 못했다. 왠 우화일까? 실은 그의 책이 나오는 걸 은근 기다리기는 했지만, '우화'라는 형식에 약간의 걱정이 앞섰던 것이 사실이다(왠 걱정?이라는 반응이라면, 앞서 말했지 않은가, 나는 그의 팬이라고 ㅎ). 우화의 특성상 교훈이 빠지지 않고 들어갈 것이기 때문에 자칫 고리타분하고 전형적인 이야기가 담기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나의 걱정이 100% 틀린 것은 아니다. 몇몇 이야기들('아주 긴 뱀' 등)은 너무나 많이 들어왔던 이야기와 형태와 결말이 비슷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번에 그가 시도한 우화라는 양식의 선택은 적절했던 것 같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세상은 이야기가 지배"하고, 그는 "나를 짜증나고 분노하게 만드는 수많은 이야기들에 대한 복수"이기 때문이다. "주먹에는 주먹, 이야기에는 이야기"(6쪽). 최규석이 데뷔작 <공룡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에서 보여줬던 우화들처럼, 섬뜩하기도 하고 우울하기도 한 대부분의 결론들을 독자가 고개돌리지 않고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우화라는 노골적인 양식이 적절할 것이다. 

이야기의 구성 외에도, 이 책 안에는 꽤 다양한 화법이 시도되고 있다. 이전에 그가 보여주지 않은(물론 그는 전작 <울기엔 좀 애매한>에서 수채화를 시도하기도 했었다) 다양한 그림체와 색상을 보여준다. 간혹 그의 그림이 '도덕 교과서 그림'같이 촌스럽다는 지적을 받는다고는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지적에 대한 소박한 답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 생각이 날 때마다 뽑아서 짧게 짧게 읽고 길게 생각할 그런 책. 팬심을 배반하지 않는 작가를 가진다는 것은 독자로써 누릴 수 있는 최대의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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