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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 - 되돌아보고 나를 찾다
김용택.박완서.이순원 외 지음 / 더숲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원래 이런 책은 거의 읽지도 않고 나랑 어울리지도 않는데. 흠.
아버지께서 주신 책이라 받자마자 쭉 읽었다.
내가 가지고 있던 선입견보다는 그럭저럭 읽은만한 책이었고, 또 여러 문인들의 글을 비교할 수 있어 좋았다.
명성에 비해 실망스러운 글도 있었지만(특히 박완서), 괜찮은 글들도 꽤.
스물 몇 해가 지나도 잊히지 않는다
고등학교도 제대로 마치지 못하고
부랑자처럼 함부로 떠돌며 살던 그해
온몸을 칼로 깎던 자학의 젊은 날들
스무 살의 경계를 넘어
막무가내로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집에 돌아오던 길
온몸엔 괴로움이 가득 고여 출렁거렸다
그때 괴로움들은 왜 그토록 많았을까
비젖은 구두를 철벅거리며 귀가하던 나는
어두운 집 앞 골목 어귀에서 보았다
검은 유령처럼 비 맞고 서 계신 아버지를
나는 빗물 위에 문장 하나를 새긴다
누구나 고통스럽게 쓴다
자기가 살았던 만큼
누구도 자기가 살았던 것 이상으로 쓸 수는 없다
아버지는 내가 쓴 환멸의 문장
빗속에 장화를 신고 서 있는 문장
혀는 이미 굳고 퍼런 이끼가 돋아나기 시작한 문장
내가 너무 오래 잊고 살았던
문장이 빗물 위에서 흩어져간다
- 장석주, '장화를 신은 문장'
허나 여기 실린 20편 가까운 글들의 거의 대부분이 '가족'에 관한 거란 건,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아무리 살아가며 상처를 주고 받는 대부분의 사람이 가족이라지만, '반성'이라는 이 거대한 키워드에 '가족' 밖에 없단 말인가?
'엄마를 부탁해'가 공전의 히트를 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다른 데 있지 않음을 알겠다.
한편으로는 이런 질문도 하게 된다. '그렇다면 나에게 '반성'이란 키워드가 주어진다면?'
글쎄. 한 번 생각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