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유주의의 기원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53
이나미 지음 / 책세상 / 200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이 발간되던 2001년만해도 '자유주의'가 그렇게 넘쳐나진 않았다.

자유를 주창하며 나선 뉴라이트 계열도 이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등장했던 기억이 난다.

그쯤이었을거다. 3.1절에 성조기들고 잔뜩 모여서 기도하던게.

 

여튼 이 책은 한국의 '자유주의'가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그 기원은 어디인지를 추적한다.

저자가 보기에 자유주의는 기본적으로 보수주의인데 그것은 '이념'이 아니라 '욕망'이다.

 

보수주의자의 신념 아닌 신념은 단지 자신의 기득권과 안락함을 잃고 싶지 않은 욕망이 내용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정치적 자유주의 또는 다원주의의 문제는 현존하는 차별을 보지 못하게 한다는 점에 있다.

최근 또 시끌벅적했던 군가산점 문제-_-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볼 수 있겠다.

 

그것은 군복무에 대한 보상을 원하는 남성과 사회의 구조적 차별의 희생자인 여성을 차이로 대립시킨 것으로, 실제 비판은 남성에게 군복무를 시키고 여성에게 차별을 강요하는 국가와 사회로 향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다양한 이익 간의 차이에 모든 문제의 원인을 집중시키는 것은 정부로 하여금 자신에게 향하는 비판을 돌릴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또한 이것은 권력이 행해온 전통적인 '분할 통치'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자유주의의 탈을 쓴 보수주의는 자기모순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자유주의의 결론은 어떤 이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기 위해 수많은 간섭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그 '개인'이 '힘이 있는 개인'으로만 국한된다는 점이다.

저자는 이 자유주의의 기원을 '독립신문'에서 찾고 있다. 그들이 '민중'과 '독립'을 이야기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즉 자유주의자들은 다수를 차지하는 민중에 의한 지배보다는 법의 통치가 보장되는 한 군주제와 같이 권위주의적 정부를 더 선호하며, 이는 두 번째 경우와 같은 민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기보다는 민에 대해 위협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책 전체의 논지, 특히 '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은 많은 부분 동의한다.

그러나 독립신문 분석에 있어 역사적 배경이나 신문 사설이 어떤 배경 하에 등장하는지에 대한 고려가 부족해 보이고,

특정 개념을 분석하면서 때로 쓸데 없이 동양 고대의 개념을 그대로 차용하여 무리한 비교를 하는 등, 무리수가 가끔 눈에 띄기도 한다.

(개다가 그 '고대의 개념'이라는 것도 죄다 한 사람의 연구서에서 인용한 것.)

 

책의 마무리도 그렇고 감정의 조절(?)이 아쉬웠던 책. 하지만 주제의 선점이라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겠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구를 위한 자유인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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