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묘지 문화기행 - 죽은자의 도시에서 삶을 돌아보다, 서해컬처북스 11
박태호 지음 / 서해문집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읽다보니 알게 됐는데, 지난번에 읽었던 '장례의 역사'도 이 책의 저자가 쓴 것이었다.

그리고 최근 한국장묘문화개혁범국민협의회에 기부금까지 내가며 얻은 '서울 장묘시설 100년사'도 이 저자의 책.

그만큼 저자는 공무원이라는 신분으로 열정을 가지고 이 분야에선 꾸준한 실적을 내고 있는 사람이다.

 

이 책은 세계의 묘지를 탐방하며 그곳의 상황과 특징 등을 가볍게 에세이 식으로 적어나간 책이다.

물론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공무원답게 관심이 나와는 좀 방향이 다르긴한데, 내가 직접 접하기 어려운 것들을 알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 실질적으로 화장이 해금된 것은 1976년이고, 2000년대 들어서야 화장률이 30%에 들어섰다는 것.

프랑스에서도 화장은 저소득층이 주로 이용하는 장법이라는 것. 공식적으로 사법권을 가진 묘지 경찰제가 있다는 것.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부근의 '콜마'라는 도시 등등. (이 도시의 면적 중 묘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73% 정도)

 

에세이식으로 쓰여진 책이기 때문에 저자의 감상이 가감 없이 적혀있어 2차 텍스트로서 오히려 재미가 있었다.

예를 들어 "도무지 외관상으로는 장례식장으로 보이지 않는다"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는 점.

(그렇다면 '장례식장으로 보이는' 이미지란 어떤 것이길래?)

또 다음과 같은 장면도 꽤 인상적이다.

 

  그런데도 일본이나 우리나라와 같은 동양에서는 이런 시스템은 아직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사람의 시신을 태운 열로 난방까지"라는 정서적인 거부감 때문이다. 그런 거부감을 독일 사람들은 에너지의 합리적인 이용이라는 검약정신을 내세워 극복하고 있다고 보아도 조금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 문제를 가지고 서울 시립화장장에서도 몇 번 검토한 적이 있었고, 일본에 갔을 때에도 화장장관계자들과도 진지하게 토론한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사람들의 정서상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결론에 도달할 따름이었다.

 

이런 차이를 단순히 동서양의 차이로 나눌 수 있는지는 조심스러움이 요구되지만, 어쨌거나 특이한 부분이긴 하다.

 

'공무원'이라는 그 특유의 선입견을 넘어서 저자의 성실함과 관심이 느껴지는 책.

얼른 서울장묘시설100년사를 훑어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