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으로 광고하다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웅현의 창의성과 소통의 기술
박웅현, 강창래 지음 / 알마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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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가 조금은 부담스러울 수 있는 책이지만(ㅋㅋ), 굳이 광고계이 있지 않은 사람이 읽어도 재미있을 책이다.

실은 이 분이 같이 사는 분의 직장 상사이기도 하기 때문에 우연찮게 이 책을 볼 수 있었는데.

음.. 뭐랄까, 제목에서 느낀 이상한 반감이 책을 읽고 나니 완전히 사라진 느낌이랄까 그렇다.

(이 '반감'은 아마도 인문학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사람의 이상한 열패감이란 걸 나도 안다.)

 

수많은 광고를 만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강조하는 것은 인문학적 소양이며, 그것이 '소통의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것.

 

  "아리스토톨레스는 틀렸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소통은 '발신자→메시지→수진사'라는 경로를 거친다는 겁니다. 그러나 오히려 '수신자→메시지→발신자'라는 경로가 옳습니다. 제대로 소통하기 위해서는 발신자가 하고 싶은 말을 한다고 되질 않습니다. 수신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소통이 쉬워집니다."

  그렇다. 소통은 내가 가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오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들이 내 말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귀가 열리는 법이다. 그러려면 내가 먼저 수신자에게 다녀와야 한다.

 

뭐, 학자들은 수신자를 감안해서 글을 쓸 필요가 없다고 하지만, 또 그렇게만 무시하고 넘어갈 부분만은 아니다.

그게 아니라면 인문학 전문서적은 책이 안나간다고 투덜대지나 말던가.

 

여튼 인용 부분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이 책에서 놀라운 점은 '창의성과 소통의 기술'을 이야기하는 책이 그 모범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은 '인터뷰' 시리즈로 나와있는데, 형식은 전혀 인터뷰 책이 아니다.

그런데도 두 저자(?)의 목소리가 제대로 된 소통을 통해 녹아들어가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어떤 한 사람의 목소리만 들리는 것도 아닌, 그런.

인터뷰 대상자인 박웅현도 대단하지만, 그를 이해하고 분석하기 위해 성실히 준비한 것 같은 강창래도 대단하다.

 

그리고 이건 좀 다른 이야기이긴 한데,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찾아온다는 시쳇말이 실감나게 느껴지기도 했다. 자기 반성의 의미에서도.

 

광고의 역할에 대한 저자의 관점이 약간은 '아전인수'인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그 '아전인수'를 포장하는 것도 능력.

어쨌거나 재미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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