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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던 용산 ㅣ 평화 발자국 2
김성희 외 지음 / 보리 / 2010년 1월
평점 :
얼마 전에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90년대 중반쯤 벌어졌던 살인 사건이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었다.
교수 아버지를 죽인 아들의 이야기였는데 당시 당연히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지만,
나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그 사건을 기억하지 못했다.
실은 나도 그 전 주에 다른 자리에서 그 이야기를 들은 뒤, '아, 맞아. 그런 일이 있었지'했었다.
사람들은, 너무나도, 쉽게, 잊는다.
용산참사가 일어난지 2년이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많은 이들이 이 사건을 그저 지나간 일로 생각하거나, 혹은 아예 잊어버렸다.
도심 한 복판에서 공권력이 시민들의 목숨을 앗아간 사건이었지만, 사람들은 재범의 일, 타블로의 일만큼도 분노하지 않았다.
나의 일이 아니었고, 나의 일이 아니었으면 하는 일이었기 때문이었을까.
6명의 만화가들이 망루에서 목숨을 잃었던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을 그려냈다.
그들이 테러범이 아니었음을, 우리의 이웃이었음을, 매우 평범한 사람이었음을, 그저 사람이었음을.
그들은 살려고 올랐으나, 죽어서 내려왔다.
정말 묻고 싶은 요즘이다. 당신들이 자랑하는 G20이, FTA가, 4대강이, 살기위해 목숨을 걸어야하는 기현상을 멈추게 할 수 있는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하지만 그 속사정은 자세히 알지 못한다면, 당신의 기억력을 믿지 못한다면, 권한다.
앙꼬는 '새만화책' 때부터 눈여겨보던 작가인데, 왠지 실감나는 10대의 시선이라는 점에서 기대되는 작가다.
조금 호흡이 긴 중장편을 그려낼 수 있다면 훨씬 더 '작가'가 될 것 같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