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겠지 - 소희와 JB 사람을 만나다 - 터키편
오소희 지음 / 북하우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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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개월이 된 아이를 데리고 그야말로 대책없이 여행을 떠난 한 엄마의 여행기.

사실 나는 여행기를 잘 읽지 않는 편이다. 여행은 내가 가면 되는 것이지, 굳이 다른 사람의 여행기를 읽을 필요가 있나 싶어서.

물론 온라인상에서 좋은 감상들을 읽으면서 감탄할 때도 많지만, 돈주고 책을 살만큼 이 장르에 심취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게된 건, 묘한 인연으로 이 책의 저자를 알게 되었고, 또 그 저자를 보며 '아, 책도 좋겠구나' 싶어서 였다.

 

솔직히 말해,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못된다. 게으른데다 반복되는 일상을 즐기는 인간형.

뭐 여행을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떠나야할 타이밍을 전혀 잡지도 만들지도 못한달까.

혼자 여행을 떠나본 적이 없고, 누군가와 함께 가더라도 먼저 가자는 이야기를 단 한 번도 꺼낸 적이 없다.

(물론, 누군가 그런 얘기를 꺼내면, 내 스타일대로 '그래, 가자'라고 하지만. 허허.)

 

그런 나이기에, 36개월짜리 아이를 데리고 저 멀리 터키로 떠난다는 건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라기 보단, 상상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아직까진 아이를 낳고 싶은 마음이 거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더 상상이 불가능한 걸지도.

하지만 이 여행기를 읽고 있노라면, 아, 정말 육아의 세계, 부모가 된다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구나 싶다.

 

  작고, 느리고, 지루한 것들을 반복해서 무비판적으로 들여다보면서 나는 조금 따뜻해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전엔 남과 다른 것을 사랑했지만, 이제는 남과 같은 것에도 진심으로부터 눈물이 나올 때가 있어요. 어머니라는 자리가 준 선물이죠. 그리고 따지고 보면, 열심히 분석했던 시기에도 대단한 분석을 해냈던 것은 아니었거든요.

 

  아이가 그 옛날 술탄의 삶에 관심이 없듯 오늘 구석에 핀 들꽃은 나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생생하게 현재를 좇는 아이의 눈은 죽은 자의 흔적을 따라가느라 치열하게 피어나는 생의 에너지를 발견하지 못하는 나의 어리석음을 깨우쳐주는 것이다. 그런 일은 터키를 여행하는 내내 일어났다. 아이의 보폭은 좁고 일정은 늦어졌지만 아이는 그렇게 걷지 않았으면 결코 보지 못했을 것들을 내게 보여주었다. 그것들은 모두 작고 조용하고 낡은 것들이었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단순히 아이를 '데리고' 다닌 여행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저자는 아이를 어쩔 수 없이 데리고 다녀야할 존재로 생각하지 않고, 당당한 여행 파트너로 생각한다.

(하긴, 그렇게 생각하기에 이 여행도 떠날 수 있었으리라.)

 

하지만 한 편으론, 모든 아이들이 준빈과 같은 시선과 태도를 보이지는 않을 거란 생각도 든다.

어떤 부모 밑에서 자라나느냐 하는 것이 너무나도 중요하기 때문에.

 

  내가 아이의 신발을 신겨주는 데 걸리는 시간은 십 초도 채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시간이 있다. 아이의 땀방울과 신음 소리는 시시각각 화살이 되어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 내 가슴을 찔러대고 있었지만 나는 최대한 인내했다. 아이가 해낼 수 없는 것을 요구하는 것은 부모의 무지이자 욕심이다. 그러나 아이가 해낼 수 있는 것을 기다리지 못하는 것은 부모의 무능력이다.

 

어쩌면 내가 아이를 낳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은, 좋은 부모가 될 자신이 없어서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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