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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즈를 위하여 - 새롭게 읽는 공산당 선언
황광우.장석준 지음 / 실천문학사 / 200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런 시대에 이런 책을 읽으면 잡혀갈라나. ㅎㅎ 2009년도에 농담이라지만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이야.
여튼, '공산당 선언'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책이다. 총 3부로 나눠져있는데, 1부는 아마도 황광우씨의 글인듯.
1부에선 공산당 선언의 일부를 발췌해가면서 자신의 느낌이나 경험을 에세이식으로 풀어가고 있다.
대중적인 면을 고려할 때 이 전략은 꽤나 괜찮은 선택 같은데 문제는 내용.
과거를 추억하는 듯한 뉘앙스의 글이 너무 많은데다 교조적인 냄새까지 풍겨서 읽는 사람을 짜증나게 만드는 글도 있다.
차라리 1부 2장과 같이 자신의 경험담을 담담하게 풀어놓기만 했어도 그와 나 사이의 세대차가 그리 크게 느껴지지는 않았을텐데.
'왜 자본주의에 반대하는가?'에 대한 답변은 다양할수록 좋은 것이라는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정작 그의 글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물론 활동 중 그가 받았던 상처를들을 무시하자는 얘긴 아니지만.)
273페이지에 가서야 핵심 텍스트인 '공산당 선언'이 등장한다. 2009년에 읽는 공산당 선언이 이렇게 현실적일 줄 누가 알았으랴.
반대만하면 좌빨이니 배후세력이니 외치는 저들을 보라.
반정부당치고 정권을 잡고 있는 자신들의 적들로부터 공산주의라고 비난받지 않는 경우가 있는가? 또 반정부당치고 자기보다 더 진보적인 당이나 혹은 반동적인 적들에게 공산주의라는 비난의 낙인을 되돌려보내지 않는 경우가 있는가?
그리고 '자유무역'이란 미명으로 불평등 무역을 강요하는 저들도 보라.
부르주아지는 모든 민족에게 망하고 싶지 않거든 자신들의 생산양식을 채용하라고 강요한다. 그들은 소위 문명을 도입하라고, 즉 부르주아가 되라고 강요한다. 한마디로 부르주아지는 자신의 모습대로 세계를 창조하는 것이다.
난관을 타계하는 방법으로 전쟁과 착취를 택하는 저들의 전술.
한편으로는 거대한 생산력을 어쩔 수 없이 파괴함으로써,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시장을 확대하면서 기존의 시장을 보다 더 철저하게 착취함으로써 공황을 극복한다.
비정규직, 최저임금에 관련된 개악도 예외는 아니다.
기계가 여러 노동 간의 차이를 소멸시키고, 거의 모든 곳에서 임금을 동일하게 낮은 수준으로 떨어뜨리면서 프롤레타리아트 대오 내부의 이해관계와 생활상태는 더욱더 균일해진다.
뒷부분의 해제(아마도 장석준 씨가 쓴 것으로 보이는)와 함께 볼 수 있어서 더욱 좋다.
좌빨, 좌빨 하기 전에 그들이 누구이며 어떤 생각을 하는 자들인가를 알아야 하지 않을까? (뭐... 기대도 안한다만. -_-)
당시 전략적 선동 팜플렛으로 제작되었을 이 선언은 2009년의 한국에도 여전히 유효한 선언문이다.
그래서 기쁘냐고? 천만에. 정말, 뼈저리게 아프다.
단결한 저들을 보라. 그러니 우리도 단결해야만 한다.
부르주아지가 사회를 지배할 능력이 없는 이유는 부르주아지가 자신의 노예들에게 노예적 생활조차 보장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며, 브루주아지가 노예들로부터 부양을 받기는 커녕 오히려 노예들을 부양해 주어야 할 만큼 그들을 비참한 처지로 몰아가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