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행, 자본론으로 한국경제를 말하다
지승호 인터뷰어, 김수행 대담 / 시대의창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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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창'에서 시리즈로 나오고 있는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의 인터뷰 시리즈.

이 책은 얼마전 서울대에서 은퇴한 서울대의 경제학 교수, 김수행과의 인터뷰를 엮은 책이다.

인터뷰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깊은 논의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어렵게만 느껴지는 부분을 쉽게 풀어낸다는 점이 장점.

'자본론'이야 워낙 어려운 책으로 알려져있고 나도 읽지도 못했지만, 김수행의 주장은 생각보다 훨씬 단순명확하다.

그만큼 현재의 상황이 심각하다는 말도 될 수 있다.

그가 지속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내주 중심의 경제를 한번쯤은 해보라'는 것, 그리고 '국가의 개입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라고 하면 자유로워야 될 거 아녜요? 시장에 맡겨서 놔두자고 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된다구요. 시장에 맡겨서 안되는 경우가 많아요. 왜냐하면 공기업을 민영화했단 말입니다. 가스, 전기, 철도 같은 것을 전부(영국의 경우를 말하고 있음). 사기업이 그것을 인수했으니 이윤을 보려고 하잖아요. 단기간에 이윤을 많이 뽑으려고 하니까 결국은 배당을 많이 해야 돼죠. 그렇게 하면 실질적인 설비개선은 안 된다구요. 그런 과정을 거쳐 철도 같은 것이 다 망했잖아요. 서비스의 질은 낮아지는데 요금은 자꾸 올라가니까 사람들이 '무슨 짓이냐, 민영화하면 서비스는 좋아지고 가격은 낮아진다고 했지 않느냐?'고 나서지 않겠어요? 그러니까 이것을 규제하기 위해서 정부 기구를 다 만들었다니까요. 수도관리는 오피스 오브 워터, 가스는 오피스 오브 개스, 철도는 오피스 오브 레일로드, 이런 식으로 다 만들었다구요. 이처럼 시장에 전적으로 맡긴다는 개념이 실제로는 안 돼요. 이명박 같은 사람은 경찰서까지 뛰어가는 사람이잖아요. 전두환 하듯이 여기저기 쫓아다닐 가능성이 굉장히 많아요. 엄청나게 독재를 할 가능성이 많다구요.

 

시장에 상품이나 화폐만 있을 수는 없어요. 시장이 혼자서 있을 수가 없다는 말입니다. 시장에 나가서 물건을 사고팔 때는 하나의 법규가 있어야 돼요. 시장에는 정부가 개입을 하게 되어 있다구요. 그게 법적인 개입이든지, 어떻든지 말이에요. 가령,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돈을 안내면 잡아내야 할 것 아녜요? 사기를 쳤다면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하구요. 이렇게 보면 시장이라고 하는 곳은 언제나 정부가 개입을 하고 있다고 봐야 돼요. 시장과 정부를 대립시키는 것은 말이 안 돼죠. 그런데 주류경제학자들은 시장과 정부가 완전히 별개인 것처럼 얘기하고, 규제를 없애면 모든 것이 다 잘될 것처럼 얘기하니까 문제가 생겨요.

 

이처럼 그가 보는 '현실'도 굉장히 '상식적'이다. 어려운 숫자나 공식 따위가 필요하지도 않은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기본적으로 자기의 세력권이 부자하고 대기업이기 때문에 이놈들한테 세금 인하해주고, 상속세 낮춰주고 분명히 그럴 거라구요(이 인터뷰는 이명박 정권 초기의  것이다). 그러면 세입이 줄어드는데, 정부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잖아요. 적은 세입을 가지고 일반 사람들을 위해서, 특히 못사는 사람들을 위해서 쓸 가능성은 별로 없다구요. 그런데다 자꾸 북한하고 대결구도가 지속되면 안정을 위한답시고 무기 사와야 하고, 일반 시민들 생활은 분명 더 나빠질 겁니다. 그런데다가 교육을 학원에서 전부 할 수 있게 해버리니 사교육비 지출로 일반 서민들의 생활은 더 궁핍해지겠죠. 아파트 값을 올리는 것을 가만히 둔다든지 그러면 더 그렇겠죠. 서민들의 미래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들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독재를 하면서도, 정부가 해야할 일에 대해서는 '자유주의'라는 말로 손을 놔버리는 상황.

 

정부가 돈이 없어서 뭘 못한다고 하면 그건 직무유기에 해당해요. 돈이 왜 없어요? IMF 때 공적자금이 160조였어요. 그걸로 은행들 다 구제해줬잖아요. 은행장들, 이사들이 잘못한 것을 국민 혈세로 해결했다구요.

 

'상식'이야 분명 필요한 기본조건이지만, 사회의 담론이 '상식을 지키자'의 수준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은 분명한 위험의 증거다.

'정규직이 비정규직과 연대를 하지 않으면 정규직이 비정규직으로 갈 가능성이 많다'는 것도 마찬가지.

소비를 살린다면서 최저임금을 깎는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하는 걸까?

고소득층의 면세를 추진하면 소비가 살아난다고? 웃기시네. 그들의 그 돈이 어디 생필품 사는 데 들어가던가?

 

원론적이고 또 일면으로는 계몽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김수행 교수의 말은 오히려 2000년대에 너무나 적절하다.

지승호의 말대로, '지금 우리에게는 더 강력한 자본주의가 아니라 더 많은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제가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이 사회에서 천대받고 있다든지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조금 더 힘을 모아서 이 사회에 대해서 도전을 해야 하고, 그것을 지식인들과 다른 사람들이 많이 도와줘야 한다'는 겁니다.

 

  노동운동을 하더라도 자꾸 임금 인상에만 매몰되면 그 운동은 결국은 망한단 말입니다. 그래서는 새로운 사회가 안 온다는 말이죠. 억압으로부터 해방되어 자유로운 사람이 되고, 노동자들이 스스로 이 세상을 움직이게 될 때 새로운 사회가 온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원론적인 말들이 되풀이되는 경향이 좀 있고, 중간 부분엔 인터뷰어가 인터뷰이보다 말이 더 많은 점이 좀 불만이기는 했다.

하지만 맨 뒷부분에 우석훈이 대화에 참여하면서 논의가 활성화되는 부분은 좋았다.

깊이 있는 논의를 기대하기보다는, 문제의식의 촉발점을 찾는다면 한 번쯤 읽어볼만한 책.

어렵지 않으니 읽는 시간도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

애덤 스미스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보이지 않는 손'? 김수행 교수의 말에 의하면 '국부론'에 그 말은 단 한 번 나온다고 한다.

겨울 방학 때 '자본론'의 선수학습으로 '국부론'부터 읽어봐야 할 것 같다.

 

'원론'이 짜증난다면, 다시 한 번 마르크스의 '원론'을 제시해본다. 짜증만 낼 것이 아니라, '원론'이 왜 '원론'인가를 생각해봐야할 때다.

 

기계 그 자체는 노동시간을 단축시키지만 자본주의적으로 사용되면 노동시간을 연장시키며, 기계 그 자체는 노동을 경감시키지만 자본주의적으로 사용되면 노동강도를 높이며, 기계 그 자체는 자연력에 대한 인간의 승리이지만 자본주의적으로 사용되면 인간을 자연력의 노예로 만들며, 기계 그 자체는 생산자의 부를 증대시키지만 자본주의적으로 사용되면 생산자를 빈민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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