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예뻤을 때
공선옥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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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직 좀더 흔들려도 좋을 때잖아."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스무 살 시기의 쓸쓸함과 달콤함에 관한 이야기

 

이런 홍보 문구와 야시시한(?) 표지라면, 이 책은 그야말로 마케팅의 실패라고 할 수 있겠다.

내가 이런 악플로 리뷰를 시작하는 것은 이 책이 적어도 이런 책이 아니라는 것이다.(그건 아마도 내가 이 책을 좋게 봤다는 뜻)

어떤가? 표지와 홍보 문구만을 봤을 때, 당신이 예상할 수 있는 이 소설의 내용은?

 

  "야 이 나쁜 놈들아, 우리 언니 잡아가지 마아, 야 이 나쁜 놈들아, 우리 언니 잡아가지 마아......"

  피 흘리는 경애를 안고 목놓아 외쳤다는 수경이. 그러니까, 사람이 사람을 부르는 소리. 그러니까 그것은 너의 슬픔에 내 슬픔이 공명하는 소리. 그리고 수경은 목이 터져라 외치다가, 화답 없는 세상에 절망하여 저세상으로 떠났다. 지금, 2번 시다 판님이가 3번 미싱사 경자를 잡아가지 말라 외치는 것은 수경이 경애를 살려내라고 외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랴.

  나는, 이제라도 화답해야 한다. 내가 인간이고자 한다면. 그리하여 내가 우리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인간의 시간 쪽으로 돌려놓고자 한다면.

 

누군가는 이렇게 이야기할런지도 모르겠다. 그 시대를 살아보지도 않은 네가, 어디 그 시대를 현재와 비교하느냐고.

그러나 백이면 백, 그런 이야기를 하는 이들도, 그 시대를 살아보지도 않았거나, 혹은 그 시대를 '아픔'으로 지내지 않은 자이다.

혹은, 그 '아픔'을 성공의 발판으로 삼고 있는 파렴치한이거나.

 

때문에 이 소설의 제목, '내가 가장 예뻤을 때'는 단순한 '청춘'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정신의 청춘', '마음의 청춘'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그래서 이 책의 홍보문구에 더 화가 난다.)

'저' 인간의 슬픔과 아픔, 고통을 내가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는 것. 그럴 준비가 되어 있는 것. 적어도 그것에 냉소를 보내지 않는 것.

 

  "세상 사람들은 왜 아무렇지 않지? 아무렇지 않은 것이 나는 너무 이상해.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게 아닐까? 혹시 말이야, 우리나라 사람들이 먹는 물에 뭐든지 빨리 잊어먹게 하는 약이 섞여 있는 게 아닐까? 아니면 누군가 공기중에 누가 죽었든지 말든지 상관하지 않고 살아가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 약품을 살포한 것은 아닐까? 나는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밥먹고 웃고 결혼하고 사랑하고 애 낳고 그러는 게 이상해. 우리 식군 내가 이상하다지만 말야."

  "미안해, 수경아, 미안해. 화내서 미안하고, 웃어서 미안하고, 밥 잘 먹고, 잠 잘 자서, 정말 미안해......"

  그건 진심이었다. 그 순간 수경이 화를 냈다.

  "왜, 왜, 니가 미안한 건데? 미안해하지 않아도 될 사람이 왜 미안하다고 하는 건데? 진짜 미안해해야 할 사람들은 가만있는데에, 왜, 왜 그러는 건데에. 내가 말했잖아. 난 단지 이상할 뿐이라고. 이상하고 이상해서 숨쉬기가 힘들 뿐이야. 나도 숨을 크게 쉬며 살고 싶은데 그게 잘 되지 않아. 숨을 크게 쉬려면 가슴이 너무 아파. 여기 이 가슴 한가운데가 터져버릴 것만 같단 말야"

 

나는, 숨쉬기가 힘들만큼 아픈 적이 있었던가? 하다못해 나를 위해서라도?

... 고통을, 아픔을, 슬픔을. 그것을 알아야 뭐하냐고 냉소짓기 전에 눈물부터 흘리리라.

사내 눈에서 찔찔 흘러내리는 눈물 자욱보다도, 쿨한 냉소가 훨씬 더,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를 다시 한 번 깨달을 필요가 있다 싶다.

적어도 이 시대를 사는 '인간'이라면 그래야 할 것만 같다.

 

시인이 혼자 갈 수 있느냐고 물었다. 고개를 끄덕이고 병원 현관을 나섰지만, 집으로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렇게 힘든데, 이렇게 아픈데, 집에 가면, 집이 주는 안락함이 내 고통을, 내 아픔을 모른 체할 것이 나는 겁났다. 집에 들어간면 나만 편해질 것이 나는 두려웠다.

 

나도 겁이 난다. 나도 두렵다. 하지만, 나는 인간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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