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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e - 시즌 5 ㅣ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5
EBS 지식채널ⓔ 지음 / 북하우스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지식 e 시리즈는 2권까지만 사서 보고 그 다음은 뭐 나오나 보다... 하고 넘어가고 있었는데, 어느덧 5권이 나온 모양이었다.
또 '아 그런가 보다'하고 넘어가려는데, 이런.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DVD를 준다는 말에 혹해서 사버렸다.
그러나 백과사전을 주지 않았더라도 충분히 사서 볼만했다라는 결론. (앞서 사서 봤던 1, 2권도 꽤 좋았다)
3, 4권은 보지 못했기 때문에 잘 모르겠지만, 이번 5권은 이전의 책과 형식이 조금 다르다.
주제에 상관되는 국내의 인물들을 인터뷰하여 붙여놓은 것. 꽤 괜찮은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교육제도에 관련된 부분에서는 얼마 전 학원 광고로 논란이 있었던 신해철 씨와의 인터뷰도 있었는데 여러 모로 생각해볼 글이었다.
물론 마치 자신이 공교육을 비판하기 '위해서' 광고를 찍은 것'처럼' '보이게' 된 것에는 그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다음과 같은 그의 지적은 그가 연예인인가 아닌가를 떠나서 되새겨볼만한 말이다.
한번은 라디오에서 아동과외 문제를 다루면서 아동 사교육과 조기교육에 대해 극렬하게 성토한 적이 있다. 적어도 어린애들을 과외 열풍으로 억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것 때문에 사교육 반대론자로 오해받기도 했다. 그런데 게시판에 한 청취자가 글을 올렸다. 대한민국의 모든 부모들이 하나 둘 셋! 하면서 동시에 그만두기 전에는 절대로 없어지지 않는다고. 그랬더니 그 글에 많은 이들이 동의하고 호응하더라. 나는 그것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건 동시에 그만두는 문제가 아니라, 남들이 다 그렇게 해도 나는 내 자식 그렇게 안 키운다고 해야 끝날 문제다. 이것은 내가 쫄지 말아야 끝나는 문제다. 우리나라 교육문제는 집단적으로 위협받거나 집단적으로 쫄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길을 만들지 못하는 데서 시작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용산 참사 피해 유가족과의 인터뷰는 정말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잊어서도 안된다. 결코.
이 책을 사서 보지는 않더라도 혹시 서점에 가서 볼 기회가 있다면, 이 인터뷰만은 꼭 읽어보길 권한다.
병원에서 망연자실 있으려니 용산경찰서에서 전화가 걸려왔어요.유족의 서명날인을 맏아야 하니 경찰서로 빨리 오라는 거예요. 그래서 전화기에 대고 악을 썼습니다. 야, 이 개자식아, 서명을 받을 일이 있으면 너희가 와야지 유족더러 오라 가라냐! 그랬더니 경찰서에서 하는 말이, 시신이 경찰서에 있는데 유족이 서명날인을 해야 시신을 인도해줄 수 있다는 거예요. 아무리 분이 솟아도 시신이 거기 있다는데야 안 가고 어쩌겠어요. 부리나케 용산경찰서로 달려갔지요.
참, 어이가 없습디다. 서명을 다 받고 나더니 시신이 여기 없다는 거예요. 눈이 뒤집어졌지요. 야, 이놈들아, 사람 죽이고도 모자라 유족들 데리고 장난하냐! 시신이 여기 있다고 해서 허위허위 달려왔더니 이제와서 시신이 없다고? 책임자 나와라! 그러고 한 10분쯤 있으려니 책임자라고 한 사람이 나왔는데, 그래요? 누가 그랬지? 누가 그랬지? 하는 거예요. 그런데 그 다음 말이 더 기가 막힙디다. 시신이 전부 국과수(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가 있다는 거예요. 시신이 왜 국과수에 가 있다는 거예요. 시신이 왜 국과수에 가 있냐고 물으니 부검 때문에 보낸 거랍니다. 유가족 동의도 없이 누구 맘대로 부검을 하느냐고 악을 썼더니, 원래 경찰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나요.
저녁 8시쯤 되니 국과수에 갔던 시신들이 순천향대병원에 도착했다는 거예요. 달려갔지요. 그때부터 새벽 2시가 넘도록 또 실랑이가 벌어졌습니다. 위에서 지시가 안 떨어져서 시신 확인을 못시켜준다지 뭡니까. 2시 30분이 되어서야 유족 대표 한 사람씩만 들어갈 수 있다고 하대요. 그런데 먼저 들어갔던 삭람이 내 손을 꼭 잡더니 안 보는 게 좋겠다고 해요. 그래도 내 남편인데 안 볼 수 있느냐고 우겨서 들어갔지요.
두 사람은 얼굴 형체가 그대로 있어서 누군지 알아보겠는데, 나머지 세 구의 시신은 누가 누군지 전혀 알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 중에 내 남편이 있다는데도 말이지요. 손목과 발목이 잘려 있고, 두개골이 열려 있고, 뱃가죽이 벌어져 있고, 손가락들이 잘려 있고, 살점이 여기저기 뜯겨져 있고, 치아가 줄줄이 부러져 있고... 그 끔찍하고 참혹한 광경을 어찌 말로 다 형언할 수 있을까요.
시신 한 구를 확인할 때마다 뒤로 벌렁벌렁 나자빠지면서도 나는 다섯 구의 시신을 모두 확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남편을 찾아야 했으니까요. 결국 금니 하나와 체구를 보고 남편을 미루어 짐작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고가 벌어진 바로 그날 유족들에게는 아무런 상의나 통보조차 없이 시신들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야 할 이유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부검의 흔적을 감안하더라도 내가 보기에 그것은 결코 불에 타 죽은 시신들이 아니었습니다.
어느 화재에선가 외국인 불법체류자들이 여러 사람의 목숨을 구했다지요. 이 사회로부터 아무것도 받지 못했고 아무것도 보호받지 못한 사람들이 화염 속에서 사람들을 구한 거예요. 그런데 그들을 영웅으로 치하하고 포상했던 공권력은 같은 상황에서 사람들을 죽였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이 분도 지난 대선 때 저 괴물을 지금 저 자리에 올려놓는 표를 던졌다는 것이다.
어디서, 무엇부터 잘못된 것일까. 어쨌거나 사람 죽이라고 뽑은 것은 절대 아닌데.
정말 가슴이 턱턱 막히는 일들이 가득한 요즘이다.
하지만 분노는 할지언정, 체념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말 사소한 일 하나라도 행동하고 저항할 것이다. 여러가지 방법으로.
그게 뭐 대단한 일이냐고 비웃는 것 따위 이제 완전히 무시하겠다. 그런 것 따위, 지금 문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