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I
아트 슈피겔만 지음, 권희종 외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199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단 두 권의 얇은 만화책을 쓰기 위해 투자된 시간 15년.

이건 분명 의아한 일이지만 책장을 넘겨갈 수록 그 이유를 알게 된다.

 

이 책은 아우슈비츠 생존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나치 대학살'에 관한 만화다.

이 소재를 다룬 것은 책 뿐만 아니라 영화, 다큐 등 너무나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물론 단순하다는 말을 함부로 할 수는 없지만) 대학살에 대한 내용을 피해자/가해자 구도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한 인간이 그 비참한 상황 속에서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그 생존자가 바로 작가의 아버지이기 때문에 그는 생생한 증언을 들을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생존해서 지금 자신의 앞에서 증언을 하고 있는 현재의 아버지까지 적나라할 정도로 그려내고 있다.

물론 자신의 모습 또한 빼놓지 않고.

 

좁히기가 너무 어려웠던 아버지와의 거리를 별다른 포장없이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으며

정작 자신이 대표적인 인종차별의 피해자이면서 흑인을 차별시하는 아버지의 모습 또한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아버지에 대한 증오, 거부감과 또 그 반대에 존재하는 죄책감, 연민.

이런 상황들 속에서 작가가 얼마나 고심하면서 이 책을 그려냈을지, 그래서 15년이 넘는 시간이 왜 필요했는지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2권 중에 작가 스스로가 하고 있는 말처럼.

 

내 칠흙같은 꿈보다 더 비참했던 현실을 재구성하려는 게 얼토당토 않게 여겨지는 때도 많아. 그것도 만화로 말야! 내가 소화해 낼 수 없는 정도인 것 같기도 하고 말야. 어쩐지 다 잊어버려야 할 것 같아. 내가 결코 이해할 수도 형상화할 수도 없을 정도로 엄청난 것 같아. 내 말은, 현실이 만화로 하기엔 너무 복잡하다는 것이지... 너무 많은 게 누락되고 왜곡되는 거지.

 

그냥 솔직하게만 그려요, 여보.

 

내 말은 말이야... 실제 삶에선 내가 이렇게 오래 이야기하도록 당신이 날 내버려 둘 수 없을 거라는 거야.

 

하지만 실제 삶에서 그가 하는 이야기를 조금 오래 '읽어 보는' 것이 무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만화책은 그만큼의 힘을 가지고 있다.

 

물론 마지막 마무리가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아. 그리고 이제 28쇄를 넘어선 이 책. 책 나온지 10년이 넘었는데 표지 디자인 좀 바꿔주면 안되려나;; 아니면 글자 폰트라도 -_-;;

(물론 원작의 표지대로 했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저건 좀 --;;)

 

어쨌거나 읽기도 쉬우니 주변 사람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추천할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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