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길이다 - 루쉰 아포리즘
루쉰 지음, 이욱연 엮고 옮김, 이철수 그림 / 예문 / 2003년 12월
평점 :
품절


부제에도 써있지만 말 그대로 루쉰의 아포리즘. 자기 반성의 기록이 왜 중요한가를 느끼게 해준 책.

 

죽은 자가 산 자의 마음 속에 묻히지 않을 때 그는 참으로 죽고 만다.

 

돈이란 말은 매우 귀에 거슬린다. 고상한 군자들은 비웃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의 의견이란 것은 어제와 오늘이 다를 뿐만 아니라 식전과 식후가 왕왕 다른 법이다. 무릇 밥은 돈을 줘야 사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저하면서도 돈 소리 하는 것은 비천하다고 하는 인간들이 있다......

 

공자가 그랬다. "여자와 어린애들은 다루기 힘들다. 가까이 하면 불손하고, 멀리하면 원망한다." 여자와 어린 아이를 함께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자기 어머니도 포함되어 있는지 모르겠다. 훗날 도학자 선생들은 표면적으로는 어머니를 존경하였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중국에서 어머니가 된 여성들은 자기 아들 이외의 모든 남자들의 경멸을 받고 있다.

 

니체는 피로 쓴 책을 좋아한다고 했다. 하지만 피로 쓴 문장은 아마 없으리라 글은 어차피 먹으로 쓴다. 피로 쓴 것은 핏자국일 뿐이다. 핏자국은 물론 글보다 격정적이고, 직접적이며 분명하다. 하지만 쉽게 변색되고 지워지기 쉽다. 문학의 힘이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 부분에 있어서 루쉰은 뒤에 모순된 말을 하고 있기도 하다.)

 

......전해지기만 하면 좋은 문학이요, 소실된 것은 나쁜 문학이다. 천하를 빼앗으면 왕이고, 빼앗지 못하면 역적이다. 중국인의 이런 역사관이 문학에까지 그대로 연장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늘날까지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루쉰 선생의 날카로운 통찰 또한 엿볼 수 있다.

 

오늘날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을 살펴보고 이름을 붙여 분류해보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당신은 국민입니다"이고, 하나는 "당신은 세계인입니다"이다. 전자는 아마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중국이 망하게 된다고 두려워하는 것이고, 후자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문명에 위배된다고 두려워하는 것이다. 이 말의 진정한 뜻을 살펴보건대, 비록 일관된 주장은 없지만 모두 인간의 자아를 압살하고 획일화하여 다른 것을 허용하지 않으며, 대중들 속에 매몰시키려는 것이다..... 두 가지 주장이 상반되어 보이기는 하지만 개성을 말살한다는 점에서는 대동소이하다.

 

그러나 역시 내 마음을 울리는 구절은 소설 '고향'의 저 구절. 지겹지 않냐고 할 수도 있지만, 결코 지겨워서는 안된다.

혹시 저 구절은 알되, 소설을 읽지 않았다면 일독을 권한다. 분량도 아주 적으니까.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 것은 땅 위의 길과 같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아.. 그리고 이 책을 읽은 뒤에 MSN 대화명이 선생의 유언 중 한 구절로 바뀌었다.

 

그들이 나를 증오하도록 내버려두어라. 나 역시 하나도 용서하지 않겠다.

 

용서를 말하기엔 아직 나는, 증오조차 하지 못했다.

진정 그러하다. 부끄러운 줄을 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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