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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는 자의 고독 - 모더니티총서 2 ㅣ 문학동네 인문 라이브러리 7
노베르트 엘리아스 지음, 김수정 옮김 / 문학동네 / 199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나를 '죽음'의 나락^^;;으로 몰아 넣었던 책.
이 책을 처음 접했던 것이 대학교 4학년이 되기 전 겨울인 걸로 기억한다.
그때 생일 선물로 이 책을 받았는데(뭐.. 달라고 한거지만;;ㅋ), 가장 소중한 책 중 하나다.
앞에 얘기했던 것 처럼 내가 '죽음'이라는 테마에 더 심취할 수 있도록 해준 책이고
그렇기 때문에 어제처럼 한번 펼쳐들면 멈추지 못하고 끝까지 다 읽을 수 밖에 없는 책이다.
이 책은 총 3파트, '죽어가는 자의 고독', '노화와 죽음', 그리고 해설로 이루어져 있다.
총 150페이지가 안되는 아주 적은 분량에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죽어가는 자의 고독'은 80페이지.
짧은 글 속에서 집필 당시 80이 넘었던 이 老大家의 역량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엘리아스는 필립 아리에스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출발한다.
과거를 무조건 미화시키고 현재를 격렬히 비판하는 듯한 아리에스의 이분법을 비판하고
아리에스의 비판에 포함되지 않는 '변화의 이유'를 설명하는 작업에 착수한다.
결국 현대의 죽음은 길들여진듯이 보이고 그 폭력성도 제어가 된 것처럼 보이지만
현대의 이성은 죽음 혹은 죽어가는 자들을 일반적인 삶으로부터 효과적으로 격리시키기 시작했고
때문에 오늘날 우리는 죽음 앞에서 할 말을 잃어버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과거의 관용어구를 구태의연하고 가식적이라고 느끼면서도
막상 죽음 앞에서 할 말은 잃어버린다.
죽음이라는 '짐'을 모두 외면해왔고 또 그 짐을 이제 파편화된 개인 혼자서 짊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도 '생물학적으로 자연스러운' 죽음을 끝내 숨기려고만 하고
죽어가는 자들에게 대한 정서적인 배려보다는 장기(臟器)에 대한 위생적 조치만이 존재하는 현실.
참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에 대한 고민은 '삶'에 대한 고민일 수 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매우 근본적이고도 큰 부분을 애써 외면하려 하는지도 모르겠다.
이것이 과연 잘 사는 것일까?...
이 응축된 저술을 읽는 내내(그리고 읽을 때마다) 대가는 바로 이런 것이구나라는
감동(?)을 떨쳐버리기 힘들고, 그가 제시하는 많은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그의 대표저작이자 이 책의 기본 바탕이 되는 '문명화 과정'에 대한
시니컬한 비판도 가능하다. (왜 문명에 '단계'가 있어야 하는가와 같은 질문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내게 너무나도 큰 책일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이번 주 있을 학회 첫 텍스트로 내가 추천했던 것이기도 하고.
사회학, 인문학이 나가야할 전략적 방향을 보여준 책이랄까.
늙은 대학자의 인간에 대한 진한 애정이 느껴지는 명저다.
어제 다시 읽으면서도 이 책을 처음 접했던 그때의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오는 듯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