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아 아, 사람아!
다이허우잉 지음, 신영복 옮김 / 다섯수레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루쉰의 소설을 제외하고는 처음 읽은 현대 중국 소설이 아닐까 싶다.
(하긴.. 루쉰을 '현대'라고 하기엔 좀 그런가?;;)
이 책을 건네받은 것이 작년 가을쯤이었던 걸로 아는데 이제야 다 읽었으니 내 게으름도 참...;
그렇게 띄엄띄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 책을 펼때마다 전의 내용을 기억해내야하는
그런 어려움은 겪지 않은 신기한 소설이다.
물론 기본적인 플롯이 매우 간단한 이유도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닌 거 같다.
 
이 책의 인상 깊은 점은, 하나의 시선으로 사건이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10명이 넘는 등장인물들의
시선을 넘나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식으로 글을 쓰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많은 인물들의 시선을 돌아다니면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휴머니즘.
(물론 그 속에 인간과 인간의 사랑이 들어있고.)
하긴.. 이 작가가 살았던 시대는 휴머니즘이 우파적 부르조아 사상이라고 비난을 받던 시기였으니.
아니다. 그 휴머니즘은 종종 선택을 강요하는 요즘에도 소심함, 우유부단함으로 비난 받는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소심함이나 우유부단함일까?...
 
그러나 이 작가의 말 속에도 나름대로의 한계가 있다.
그 휴머니즘이 왜 국가를 위한 것, 민족을 위한 것이 되어야하는 것인가?라는.
어렸을 적에 TV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이런 대사가 나온 적이 있다. 최불암씨의 대사였던 걸로 기억.
'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거라'
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라. 좋은 말인 것 같지만 지금 내 생각은 좀 다르다.
그것보다는 사람을 위한 사회, 그것이 먼저가 아닐까.
그리고 그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노력하고 살아가고 사랑해야하는 것이 아닐까.
여 주인공인  손 유에의 편지 중 한 구절이 마음 속에 남았다.
 
...우리는 낙관하고 있어요. 젠후는 항상 이렇게 말하고 있지요. 인생이란 얻는 것과 잃는 것 외의 아무것도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얻는 것을 좋아하고 잃는 것을 싫어한다. 그러나 잃는다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때로는 잃지 않으면 얻을 수도 없는 법이다. 나는 이 견해에 쌍수를 들어 찬성입니다. 얻어도 거만해지지 않고 잃어도 우울해지지 않는 경지에 달한다는 것은 결코 용이한 일이 아님은 물론입니다. 우리들은 다만 득실을 따지는 기분에 스스로가 좌우되지 않도록 할 따름입니다...
 
그러나 사람을 혹은 사랑을 잃었다는 말은 틀린 말이다.
왜냐하면 나는 타인을 '소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그녀를 가진 적도 없고 그녀 또한 나를 가진 적이 없다.
'나의 것, 나의 사람'이라는 착각 때문에 나는 더 집착하게 되었고
그만큼 스스로 나를 더 해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던가.
선물로 주었던 '무소유' 앞장에 적었던 나의 메모를 서서히 잊어가고 있던 것은 아니었던가.
 
'소유가 아닌 우리의 '共存'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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