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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하는 에디터 - 고경태 기자의 색깔 있는 편집 노하우
고경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한겨레21'과 '한겨레 신문 esc'를 거쳐 지금은 '씨네21' 편집장으로 있는 고경태의 편집 노하우.
편집이 참 매력있는 작업이긴한테, 또 이게 나름 3D 업종의 하나. 나로서는 적성에 맞는듯 하면서도 안맞는 직업 같다.
(뭐, 능력은 두째 치고. -_-)
어쨌거나 '한겨레21'을 10년 넘게 편집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나 나름의 원칙, 기술들을 쉽게 들려주고 있다.
이 내용들은 비단 잡지 편집에만 적용되는 것들이 아니라, 일반적인 글쓰기에도 충분히 고려해야할 것들이다.
핵심은, '최대한 짧고 명료하게. 그러면서도 진부하거나 반복되지 않도록'.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저자가 노동운동 선전일꾼들과 만났을 때 그가 했던 말들.
나는 마지막 결론을 이렇게 마무리지었다. "메마른 투쟁가여, 새로운 단어를 갖자." 위의 다섯 가지를 실천하려면 참신한 단어장부터 갖춰야 한다. 투쟁, 진군, 사수, 분쇄...., 이런 진부한 표현들에 갇히지 않을 때 상상력이 나온다. 흔히 노동자를 세상을 바꾸는 존재라고 한다. 그 세상을 바꾸는 존재가 자신은 얼마나 바꾸었나. 좀 세련되게, 그리고 전복적으로 바꿀 생각은 없단 말인가.
적어도 전선을 흐리지 않는 범위에서는 '재미'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재미가 없으면 그것은 혁명이 아니라고.
재미를 무조건 가볍다는 이유로 몰아내버리려는 엄숙함이, 왠지 싸워야할 대상과 너무나 비슷하지 않은가?
빵꾸똥꾸가 예의범절에 어긋난다고 지적해주시는 도덕적인 국회의원님과 마찬가지로.
어쨌거나 한 2시간이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 꼭 에디터가 아니더라도 즐겁게 볼 수 있는 책이다.
추가 : '~한다는 것'의 '것', '~하고 있는데', '~할 수 있는데' 따위의 표현을 되도록 안쓰는게 좋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생각해보니 그닥 필요한 표현은 아닌 듯 하지만, 이걸 안쓰고 문장 만들기가 참 어렵다. 완벽하게 버리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좀 신경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