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최규석의 팬이다. 둘리를 그 지경으로 만들었던 그의 상상력(?)에도 감탄하고, 그 특유의 우울함과 문제의식을 좋아한다. 때로는 촌스럽다는 지적을 받는 그의 그림체나 색감도, 솔직히 내 취향이다. '한겨레21'이었던가, 그가 연재하는 것을 몇 번 본 적이 있다. 그 때 나는 아끼고 아껴서 나중에 책으로 나오면 한꺼번에 보겠다는 욕심으로, 시선을 돌리고는 했다. 올해 여름에 단행본이 나왔는데, 나는 모르고 있었다. 보자마자, 인터넷 서점에서 바로 구입했다. 내 누이들의 이야기를 하면 도시에서 자란 그 또래의 사람들은 신기해했다. 어째서. 농활을 가고 노동현장에 투신할 만큼 그러한 이웃들에게 특별한 애착을 가졌던 세대들이 어째서 내 누이들을 신기해하는지 나는 혼란스러웠다. 어쩌면 그들이 본 것은 농민이고 노동자일 뿐 '사람'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내 누이들의 외로움이 느껴졌다. 그것은 나의 외로움이고, 모든 '원주민'들의 외로움일 것이다. 그들이 제 이야기 하나 제대로 내놓지 못한 채 살게 하고 싶지 않았다. 겨우(?) 77년생의 이야기라고 하기엔 너무나 화석 같은 이야기들. 그의 이야기에는 가난과 외로움과 자기연민이 묻어있다. 놀랄 수 밖에 없는 것은, 그가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어내면서도 독자로 하여금 개인적인 이야기가 아님을 자각하게 한다는 점이다. 특별히 만화를 꺼리는 분이 아니라면, 일독을 권한다. 짧은 단편들 속에서 당신은 하나의 장편을 만나게 될 것이다. 지금도 존재하지만 여전히 잊혀져가는 원주민의 이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