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 : 치즈 맛이 나니까 치즈 맛이 난다고 했을 뿐인데 띵 시리즈 5
김민철 지음 / 세미콜론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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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한번쯤, 이런 경험이 있지 않을까? 오랜만에 연애를 시작한 뒤, 친구들과 함께 만나는 자리. 적당히 예의를 갖춘 말이 오가고, 깍듯한 예의를 아주 살짝 덜어내기만 해도 웃음이 오가(주)는 아주 어색한 자리. 조금 시간이 지나면, 으레 친구들이 남자친구 혹은 여자친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그래서, 얘의 어디가 그렇게 마음에 들었대요?"

뭐 또 다들 잘 알고 있을 테지만, 간단해 보이는 이 질문을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답을 잘 해야만 한다. 자칫했다간 그 모임의 분위기도 싸해질뿐만 아니라, 잘 진행 중이던 연애가 덜컹거리기도 할 테니까(이런 위험천만한 질문을 왜들 하는 걸까? 복수?). "그냥 좋아요." "뭐, 말이 필요한가요." 같은 답은 손해 볼 것은 없지만 그만큼이나 성의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고 이 질문에 정답이 있을 리도 없다. 그럼에도 이 또한 누구나 잘 알고 있듯이, 멋지거나 진솔하고 감동적인 답을 내놓는 사람도 분명 있다. 그래, 물론 사랑을 말로 어찌 다 표현하랴만, 시도조차 않는 성의라면 의심 받을만도 한 사랑인 것이다. 구겨진 편지지 없이 애절한 연애편지가 나오지 않는 것처럼(잠깐, 나는 뭐라고 했더라...).

여기, 치즈에 대한 사랑을 찐하게, 하지만 무겁거나 느끼하지 않게 피력한 글이 있다. 치즈에 열광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내가 바로 장본인),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 그저 치즈 예찬의 연속이거나 치즈 백과사전이었다면 단박에 다 읽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치즈에 대한 책이기도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좋아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좋아하는 것에 대한, 따뜻하고, 웃기고, 때로는 슬쩍 그늘진 이야기.

당신도, 당신에게 맞는, 단순하고도 즉각적이며 쉬운 위로 하나를 꼭 찾았으면 좋겠다. (148쪽)

쉽지만 소중한 위로. 나에게는 무엇인가? 좋아하는 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능력이다. 조금은 수다스럽게 좋아하는 것과 그것에 얽힌 기억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것도 또한 능력. 어쩔 수 없이 지쳐가는 요즘, 나에게 필요한 능력이 아닐까, 읽으며 생각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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