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브리나
닉 드르나소 지음, 박산호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뭔가 세기말의 분위기를 풍기는 요즘, 대안처럼 여겨졌던 1인 미디어가 실은 또 하나의 기업처럼 움직이고 있다. 게다가 그들이 생산하는 가짜 뉴스들은 혐오를 조장하고 괴상한 신념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최근에 아주 가벼운 드라마, 영화부터 심각한 책들까지, 미디어와 정보, 채널의 홍수 속에서 피폐화되는 개인을 자주 그려낸다. 하다못해 댓글 때문에 괴로워하는 드라마의 주인공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픽 노블 최초로 부커상 후보에 올랐다는 이 작품, '사브리나' 또한 이 맥락 속에 서 있다. 다만 미칠듯한 정적이 흐르는 작품이라 보고나면 기분이 암울해진다는 것이 이 작품의 가장 돋보이는(?) 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주제를 그리면서 이렇게도 정적인 그림체와 시퀸스를 잡았다는 게 특이하긴 한데, 몇몇 사람들이 추천하듯 걸작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특히나 열린 결말처럼 보이게 만든 마지막 장들은, 좀 성의가 없다고 생각이 들 정도. 게다가 '사브리나'를 책의 제목으로 삼을 정도였으면, 사브리나를 그냥 이렇게 소비해버리는 건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요즘의 세태와 그리 멀지 않아 많은 걸 우울하게 사색하게 만드는 책임에는 분명한듯.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