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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다르타 ㅣ 베어클래식 2
헤르만 헤세 지음, 박진권 옮김 / 베어클래식 / 2026년 8월
평점 :
#도서협찬

📌 살면서 누군가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했던 순간이 있다. 그때의 나는 내가 알고 있는 경험과 기준으로 상대의 상황을 판단했고, 나름의 해결책까지 제시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나 역시 비슷한 상황을 겪고 나니 그때는 보이지 않던 마음이 보이기 시작했다. 경험하기 전에는 선택만 보였지만, 경험하고 나니 그 선택에 이르기까지의 사정이 보였다.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를 읽으며 오래전 일이 떠올랐다. 솔직히 읽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사유의 흐름이 느리고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는 듯해 지루하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나니 한 가지 생각은 오래 남았다. 사람은 자신이 직접 살아낸 만큼 삶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 브라만의 아들 싯타르타는 종교적 지식과 수행만으로는 자신이 원하는 깨달음에 이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문이 되고 고타마 붓다를 만난 뒤에도 그의 제자가 되지 않고 자신의 길을 택한다. 이후 사랑과 욕망, 돈과 성공을 경험하고, 그 삶에 지쳐 강가로 향한다.
뱃사공 바주데바와 함께 강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싯타르타는 삶의 다양한 경험이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 속에 있음을 깨닫는다. 특히 자신이 어린 시절 아버지를 떠났던 것처럼 아들이 자신을 떠나는 일을 겪으면서, 과거에는 알지 못했던 아버지의 마음까지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깨달음이란 다른 사람에게 배워 그대로 얻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통과하며 체득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싯타르타는 수행만을 고집하지도, 세속의 삶을 단순한 실패로 치부하지도 않는다. 사랑하고 욕망하고 실패하고 상실하는 모든 경험을 지나며 자신만의 답을 찾아간다.
그래서 나의 지난 경험도 함께 떠올랐다. 젊었을 때는 누군가에게 쉽게 답을 주고 판단했지만, 내가 비슷한 일을 겪고 나서야 그 사람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때 알았다. 내가 겪어보지 않은 삶에는 내가 모르는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 [싯다르타]가 내게 남긴 것은 거창한 깨달음이 아니라 아주 현실적인 태도였다.
내가 아직 살아보지 않은 삶에 대해서는 조금 더 조심스럽게 말할 것.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모든 답을 갖게 되는 일이 아니라, 내가 모르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를 알아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경험하기 전에는 타인의 선택을 판단했지만, 경험하고 나니 그 선택에 이르기까지의 마음이 보였다.
그래서 이제는 쉽게 답을 내리지 않으려 한다.
내가 모르는 삶에는, 내가 아직 알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 테니까.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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