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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일기장
알바 데 세스페데스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25년 1월
평점 :
📌 세계 제2차 대전이 끝난 후, 패전국인 이탈리아의 정치·경제적 혼란 속에 일요일에는 담배 이외 상품판매가 금지된 1950년대를 살아가는 주인공 ‘발레리아’.
그녀의 금기는 일요일에 담배 가게에서 공책을 사면서부터 시작된다.
성실하지만 무능한 은행원인 남편 미렐라, 여유롭지 못한 부모의 능력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아들 리카르도와 부모의 무능한 삶에서 벗어나 신분 상승을 꿈꾸는 딸 미켈레가 함께 살아가는 집엔 그녀의 비밀이 담긴 일기장을 위해 마련된 공간은 없다.
일기를 적기 위해 가족들이 없는 공간과 시간에만 허락된 그녀의 작은 행동마저 엄마인 발레리아에겐 죄의식을 가지게 할 만큼 그녀는 단지 가족을 위한 ‘엄마’일 뿐이었다.
일기장의 은밀한 존재는 그녀에게 활력을 불어넣어 주지만, 그 덕분에 삶이 행복해지지는 않았다고 여기는 발레리아.
그녀는 일기를 통해 인지하지만 확신하지 못했던 일들을 일기에 적으며 생각하고 되뇌면서 자신과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새롭게 생각해보게 된다.
이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우리의 어머니들이 떠오르며 ‘내’가 없이 ‘가족’만을 위해 살아오며 희생하는 것이 숙명이라 여겼던 그녀들의 삶과 닮아있어 안타깝게 느껴졌다.
결혼한 지 23년 만에 처음으로 자신을 위해 시간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이 고작 일기이지만, 그 속엔 그녀의 전부나 다름이 없는 ‘가족’, ‘친구’, ‘일상’에서 일어난 일들이 담겨있다.
일기의 흐름은 미켈레의 자유연애로 인한 비밀과 갈등으로 이어져가는데 내가 읽은 부분은 1951년 1월 30일에서 끝이 나 있다.
미켈레가 나이 많고 부유한 칸토니의 애인이라는 소문에 분노한 리카르도의 행동에 “그렇지 않아.”라고 소리친 발레리아.
과연 그녀는 딸 미켈레와의 비밀을 지키며 남편 미렐라와 아들 리카르도의 이해를 받을 수 있을까?
40대 중년의 여자로, 아내로, 장성한 두 자녀와의 갈등 상황에 놓인 엄마로 부모님의 하나뿐인 딸로 살아가는 그녀의 삶이 어떻게 흘러갈지 너무나 궁금하고 응원하고 싶어진다.
1950년대 이탈리아의 분위기와 시대상이 느껴지고, 세대간의 갈등, 여자의 사회적 위치와 여성상이 우리의 역사와 크게 다르지 않아 더 이해하기 쉽고 와닿았던 [금지된 일기장].
마지막으로 내가 읽으며 세어본 그녀의 일기장의 보관 장소를 남기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부엌에 있는 빨래 주머니 - 겨울 옷을 보관해두는 오래된 여행 가방 속 – 오래된 서류 보관함 – 코냑 병을 넣어둔 찬장 속 오래된 비스킷 상자 – 침대 시트와 수건을 보관하는 수납장 위 – 수건과 시트를 넣어두는 수납장 –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든 물건과 미켈레의 편지를 담아두는, 아무도 열지 않는 서랍..>
📌 한길사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소중한 도서를 읽고 담은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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