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간을 빌려주는 수상한 전당포
고수유 지음 / 헤세의서재 / 2024년 5월
평점 :
"과거의 시간을 빌려드립니다"
과거의 시간을 대출해 소원을 이루어주는 전당포 이야기
과거의 시간을 빌려준다는 '타임 전당포'
고수유 작가의 판타지 장편소설인데 흥미있는 소재라 재밌을 것 같아 읽어보게 됐다
서울 근교에 있는 한 신도시의 먹자골목, 비좁은 골목길 안으로 깊숙히 들어가면 낡은 건물 3층에 '타임 전당포'가 있다
자살을 결심한 사람에게 과거의 시간을 빌려주는 할머니 사장님이 운영하는 전당포다
하루, 이틀, 사흘 단위로 과거의 시간을 대출해주는데 대출자가 과거 시간에서 현재로 돌아와 보면 일주일이 경과되어 있다
이 일주일이 대출기간이며 갚아야 할 시간은 대출한 시간 곱하기 대출기간(일주일)의 7에 곱하기 1,000이다
예를 들어 과거의 하루(24시간)를 빌린다면 25x7x1000=168,000시간이며 이는 즉 19년하고도 65일이다
과거의 시간 하루를 빌린 대가로 인생의 20여 년의 시간이 소진되는 것이다
자신의 시간을 본래 주어졌던 시간보다 빠르게 끝내게 된다
삶에서 20년을 빨리 죽게 된다는 말이다
과거의 시간을 빌린 사람들이 다 현재로 돌아오는 건 아니다
과거는 반복되지만 시간 대출자가 인위적으로 다른 마음을 갖거나 새로운 행동을 함에 따라 전혀 새로운 일이 벌어지고 시간의 반복하려는 힘 때문에 원하는 대로 소원을 이루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과거로 돌아가면 모든 일이 잘될 거라 생각하지만 다시 그들에게 과거의 시간이 주어져도 과거는 예전 그대로의 모습이지만 사람의 마음은 갈대처럼 이리저리 움직이기 때문에 소원을 이루고 돌아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로 돌아오지 않은 사람은 타임 전당포에 담보로 맡긴 주민등록증이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그의 모든 시간이 우주의 품으로 돌아가 시간이 다한 대출자는 죽게 된다
자살을 결심한 사람들이 우연히 타임 전당포의 홍보 명함을 보고 찾아오면서 각각의 이야기가 펼쳐된다
뺑소니 사고로 돌아가신 어머니를 살리려는 대학생, 전세 사기를 당해 자살하려는 여성, 운영하던 피트니스센터가 망하고 사채업자에게 시달려 자살을 결심한 남성, 학폭피해 여고생, 실명이 된 대학생 딸과 함께 자살하려는 엄마 등 삶의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사람들이 타임 전당포에서 과거의 시간을 빌려간다
과거로 돌아가 주어진 시간동안 바꾸고 싶은 자신의 과거를 바꾸고 현재로 돌아오면 할머니 사장님에게 자신의 시간을 대가로 지불하고 수정한 현재의 삶을 살면 되는 거다
0.1초라도 늦으면 시간의 문이 닫혀서 현재로 돌아올 수 없고 그러면 시간이 빠르게 소멸되어 우주의 품으로 돌아간다
19년에서 1년 만이 타임 전당포 할머니 사장님의 근로 소득이고 또 극히 일부의 시간이 누군가의 과거 시간 대출을 위해 남겨진다
아이 수업에 데려다주고 기다리는 2시간 동안 읽었는데 술 술 읽혀서 한 권을 다 읽어버렸다
재밌게 잘 읽었고 맨 마지막에 할머니 사장님이 자기 시간의 일부를 딸의 눈을 고치려는 엄마에게 나눠주는 부분에선 가슴이 찡했다
나도 과거로 돌아가 고치고 싶은 순간이 있는지 생각해봤는데 엄청 많더라 ^^;;
하지만 내가 과거의 시간을 빌린다면 나는 내 과거를 고치고 돌아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나는 현재만 잘 살아야지!